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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사편지 33 - 몇 줄의 글씨마저 멈추고 씀을 반복하고서야 완성하니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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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와 내용 등으로 유추할 때 제주 시절에 쓴 편지인 것으로 보이는데 13행 皆와 14행 間사이에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일부 내용의 유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답신자는 아들 김상무이고, 답신지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과천 쯤일 것으로 추정되며, 발신일은 10월 11일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추사의 편지들을 발신지 기준으로 분류하면 제주시절에 쓴 것이 가장 많고 수신자는 대부분 가족들인데 이들 편지들을 시기별로 분류하면 유배지에서의 추사의 삶과 집안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겉봉] 懋答
  汝歸後, 佑來於閏十三, 始知汝行穩過參禮之信, 並見書矣. 去卄八, 金吏宗白之回, 見汝五月十八書, 是到家後數日安報也, 種種慰開於懸勞之餘. 今且夏去秋到, 爲况一安? 大小悉健, 無他恙耶? 汝之仲父, 間作京馭, 未知尙今留淹不還歟? 遠耿如雲駛泉奮. 夏課, 能不浪抛耶?
  今年瘴甚, 雖此中之老於瘴者, 皆… 
  間從家隷之續至, 連見平安字, 甚慰. 今已冬屆, 夜長如年, 靑燈黃卷有滋味否? 渾况一安, 無他惱? 專意硏北, 誰與共之? 念念. 汝之仲父母所愼, 近更如何? 遠外耿耿無以弛. 
  吾病, 比來强食, 不如夏秋一切不粒. 最是眼花日以添谻, 今此數行書, 屢停始完, 可悶. 佑, 無甚損, 鼻痔更添, 頗以爲惱耳. 艱借窓光, 不得拖長. 不式
  丙午 十月 十一 父

  [겉봉] 상무(商懋)에게 답함
  네가 돌아간 뒤 상우(商佑)가 윤달 13일에 와서, 너의 발길이 삼례(參禮, 전라북도 소재)를 잘 지나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편지도 함께 받아 보았다.
  지난 28일 아전 김종백(金宗白)이 돌아오는 편에 지난 5월 18일에 쓴 너의 편지를 보았는데 그것은 집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 쓴 안부 편지였다. 그립던 참에 갖가지 궁금함이 풀렸다. 
  지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는데, 편안히 잘 지내며 집안 두루 건강하고 별 탈이 없느냐? 너의 중부(仲父, 김명희)가 요사이 서울 길을 나섰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느냐? 멀리서 그리운 마음 구름이 달리듯하고 샘물이 솟은듯하구나. 여름 공부는 그냥 헛되이 보내고 있진 않느냐?
  올해는 장기(瘴氣, 축축한 독기)가 특히 심한데 장기에 익숙한 이곳도 모두..... 
  요사이 집안 종이 연이어 찾아와, 평안하다는 소식을 연이어 듣게 돼 대단히 안심이다. 벌써 겨울이 와 긴긴 밤이 한 해 같은데, 푸른 등불 아래 책 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느냐? 집안 식구들 두루 평안하고 별 탈들 없느냐? 글 공부는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느냐? 모든 게 걱정이구나. 너의 중부모의 병고는 요사이 어떻느냐? 멀리서 걱정하는 마음 늦출 수가 없구나.
  나는 요사이 억지로라도 밥을 먹는 것이, 지난 여름~가을 교체기 쌀 한 톨도 먹지 못했던 때와는 좀 다르다. 그런데 가장 문제는 시력이 갈수록 악화돼 지금 쓰는 몇 줄의 글씨마저 여러 차례 멈추고 씀을 반복하고서야 완성하니 걱정이구나.
  상우는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비치(鼻痔, 코 안에 군살이 생긴 병증)가 다시 발생해 걱정이다. 어렵사리 창문 빛을 빌려 쓰느라 길게 적을 수가 없구나. 그럼.
  병오년(1846) 10월 11일 아비가  
글/ 김규선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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