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지는 과천, 수신인은 두 동생인 김명희와 김상희이고, 형식은 이윤철(李允喆, 미상)을 통해 전해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겨울철 눈이 2척이나 쌓인 북청의 상황을 전하고, 과천 등지에 있는 동생 식구들의 안부를 두루 물었다. 노년에 찾아온 자신의 병세를 두루 거론하며 치료 상황까지 자세히 거론했다.
자신에게 글씨를 부탁한 유생(劉生, 인명 미상)이 정동(貞洞)을 찾아가는데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말로 끝맺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필로 멈춤 없이 써 내려갔는데, 추사의 평소 공력이 남김없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겉봉] 果邑金江東寓次入納
靑城平書
仲季同照
李允喆之回, 在去月旬後, 獲承九月念六書. 嗣後更未聞來音, 而至月已屆, 初四拜廟之日奄過, 漠外塞上, 此何情理! 此何人事! 其間屢見雪, 而一夜之雪, 甚大, 過二尺餘. 或寒或解, 至日以後, 又此暄意, 少無㓖冹之候, 是陽復而然耶? 際此, 渾履一以安好? 仲節夬復? 家舍塗壁已似完然, 諸眷率來合聚, 皆得入此室處, 亦無他惱耶? 季眷, 亦平吉? 種種懸戀, 不能弛下.
吾間連依昔無恙, 自去月晦前, 困微滯, 而仍爲阻食. 忽於數三日前, 面有黃意, 雖不甚, 而似是疸漸. 小便亦赤甚, 而不利, 但不短澁. 顧此醫藥極艱之地, 何以妄試雜藥耶! 隣有一二醫人勸服二陳湯入山梔, 分試二比云, 故余試之. 而二比外, 亦不可連試, 而今日姑此停藥, 第俟動靜矣. 阻食, 則一以無開胃意, 悶然.
適因劉生[往來山林家, 而年前要寫額字以去者也. 見爲貞洞所邀, 將直向貞洞. 頗解堪輿者耳.]上去便, 略付數字. 生且往尋那中, 目擊而去, 可以聞詳矣. 非此便可罄, 都留不宣.
辛亥 十二月 初六日 伯累
[겉봉] 과천 김강동(金江東, 강동현령을 역임한 김명희) 우소(寓所) 입납
북청에서
둘째와 막내가 함께 보기 바람
이윤철(李允喆)이 돌아온 것이 지난달 열흘 뒤였는데 그 편에 9월 26일 쓴 편지를 받아보았네. 이후론 더 이상 소식 없이 동짓달이 다가왔고, 초 4일 사당에 인사 올리는 날[기일]이 어느덧 지나버렸으니 먼 변방에서 이 무슨 정리(情理)이고 이 무슨 인사(人事)란 말인가!
그동안 여러 차례 눈을 구경했는데 하룻밤 사이 내린 눈의 양이 2척까지 쌓이기도 했네. 추웠다 풀렸다를 반복하다 동짓날 이후부턴 또다시 따뜻하여 조금도 차가운 기색이 없으니 양(陽)의 기운이 되돌아온 탓인 건가?(『주역』에 의하면, 1년 12개 월은 6개의 양과 6개의 음이 상호 교차하는데 11월[동지]은 음 5개에 양 1로 구성돼, 양이 새로 시작하는 모양을 갖춘다.)
이즈음에 식구들은 모두 안녕하고, 둘째 아우는 완쾌됐으며, 집의 도벽이 이미 끝났을 듯한데 식구들 모두 데리고 와 방 안에서 함께 지내며 별 문제들은 없는가? 막내아우도 잘 있는가? 이래저래 궁금한 마음 내려놓을 수 없네.
나는 그동안 특별한 일은 없네만 지난달 그믐 전부터 약간의 체증으로 곤란을 겪으며 음식을 먹기 힘들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얼굴에 누런빛이 띠는 데 아주 심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황달기인 듯하네. 그리고 소변 또한 아주 붉은 색을 띠며 순조롭지 않은데, 그렇다고 찔끔거리며 잘 나오지 않은 건 아니네. 그런데 의술과 치료약을 구하기가 극히 어려운 이곳에서 어떻게 함부로 아무 약이나 쓰겠는가. 이웃에 사는 한 두 의원이 이진탕(二陳湯)에 산치자(山梔子)를 넣어가며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을 나눠 시음해보라 해서 시음했네. 두 가지 외에 다른 것을 연이어 시음할 수도 없어서 오늘은 우선 복약을 멈춘 채 결과를 지켜보고 있네. 음식을 먹기 힘든 부분에 있어선, 그동안 줄곧 속이 열릴 기세가 없으니 참 걱정이네.
마침 유생(劉生 [산림을 오가는 사람인데 연전에 편액 글씨를 써달라 해서 가져갔었네. 지금 정동(貞洞, 서울 소재)의 초청을 받아 정동으로 갈 계획이며, 풍수에 상당히 조예가 깊네.]이 올라가는 편에 몇 자 적어 보내니, 유생이 그곳을 가게 될 때 간 사실을 확인하고 찾아가면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네. 이 인편에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만 줄이네.
신해년(1851) 12월 6일 백루(伯累, 유배 중의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