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은 영종진(永宗鎭)의 근무자로 보이는데 정확한 인명은 미상이다.
세밑에 경황없을 수신인을 위로하고, 상을 당한 자신의 막막한 마음을 전하며 발에 풍독이 들어 고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수신인이 보내준 물품에 감사하다는 뜻을 마지막에 강조됐다.
이 해 3월 30일 아버지의 상을 당해 아직 상중에 있는 몸이어서 자신을 ‘죄인(罪人)’이라 표기했다.
[겉봉] 永宗令鎭堂回納
金喪人答疏上
稽顙. 風寒忽劇, 始有成冬底意. 際承惠疏, 謹審比辰令鎭動靖萬護, 仰慰不任. 以若殘局逼年,朱墨之惱, 亦復何如? 旋切貢慮. 罪人, 頑縷苟支, 奄見冬序漸深, 俯仰茫茫, 廓然靡極. 近又風毒發指, 委疼如是, 甚於石木耳. 惠貺多儀, 拜領, 將需饋,奠 尤庸哀感之至. 餘姑不備疏禮.
丁酉 十一月 十六日 罪人 金正喜 答疏上
[겉봉] 영종진(永宗鎭) 수령 앞 회신
김상인(金喪人) 답소(答疏, 疏는 상중인 사람이 쓴 편지) 올림
인사말은 생략합니다. 찬바람이 갑자기 심해져 비로소 한 겨울 맛이 납니다. 이러한 즈음에 보내주신 글을 받고 요즘 잘 지내신다 하니 더없이 위안이 됩니다. 얼마 남지 않는 날이 한해를 압박해 오는데, 공문서 처리하는 고뇌는 어떠하신지요? 이내 염려가 절절합니다. 죄인(罪人, 상중인 사람의 자칭)은 보잘것없는 목숨을 구차하게 유지한 채 겨울이 점점 깊어가니 하늘을 우러러보며 휑한 마음 이루 가눌길 없습니다. 요사이 또다시 발가락에 풍독(風毒)이 들어 이처럼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니, 그 몰골이 돌멩이나 나무보다도 더합니다. 보내주신 여러 가지 예물은 잘 받았으며, 상에 올릴 재료로 쓰도록 하겠습니다만 슬픔이 더욱더 절절하게 입니다. 이만 소례(疏禮)를 다 갖추지 못합니다.
정유년(1837) 11월 16일 죄인(罪人, 상중인 사람의 자칭) 김정희 답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