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짓는 법에 대해 논한 글이다. 학자로서 시를 지을 땐 경학(經學)에 바탕을 둔 충분한 침잠과 연마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송시(宋詩)의 추구 방향과 유사하다. 추사의 학시(學詩) 방안이 제시된 의미 있는 자료이다.
유생(柳生)에게 전달해 달라는 뒷부분 내용으로 보아 이 글을 받은 사람은 유생의 주변 인물일 텐데 그가 누구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과천 추사박물관이 소장한 선면 작품에 이와 유사와 내용으로 강위(姜瑋)에게 써 준 것이 있는데, 이 작품과 연관해 참고할 필요는 있다.
필체로 보아 노년기의 작품으로 보이며, 첩의 형태로 전해진 것을 보면 소장자가 매우 소중히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관지는 승련노인(勝蓮老人)이라 돼 있고, [秋水蒹葭]라는 인기가 덧붙여졌다.
斸石破山 先觀鑱跡 發矢中的 兼聽弦聲 此作詩妙諦 知此 可以透關 不知此 卽一門面卽一笨伯 杜云法自儒家 不可但以禪理言也 學者 志在學古 宜爲學人之詩 浸灌經術 探討本原 必不可爲才人之詩
斸石破山 先觀鑱跡 發矢中的 兼聽弦聲 此作詩妙諦 知此 可以透關 不知此 卽一門面卽一笨伯 杜云法自儒家 不可但以禪理言也 學者 志在學古 宜爲學人之詩 浸灌經術 探討本原 必不可爲才人之詩
勝蓮老人書 並使轉贈柳生 叩其大人
“돌을 깨트리고 산을 파헤칠 때 먼저 보습의 흔적을 살피고, 화살을 쏘아 과녁을 맞힐 때 활시위 소리를 함께 들어야 한다”(백거이의 글)는 시를 지을 때의 오묘한 진리입니다. 이것을 알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지만 모르면 문면(門面, 간판) 따위이거나 본백(笨伯, 흐리멍텅한 사람) 따위일 뿐입니다. 두보가 “법은 유가(儒家)로부터 시작됐다.”(「우제(偶題)」)고 한 것을 선리(禪理)로만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학자는 옛것을 배우는 데 뜻이 있으므로 의당 학인(學人)의 시를 추구해 경학(經學)에 침잠하고 본원을 탐구해야 하며, 결코 재능 있는 사람의 시를 추구해선 안 됩니다.
승련노인(勝蓮老人) 씀. 유생(柳生)에게도 전달하고 그 대인(大人, 부친)의 안부도 물어주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