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수신인이 표기되지 않아 누구에게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앞에 소개한 편지(08)처럼 우선 이상적일 확률이 높다.
시작 부분과 끝 부분에서 길 떠난 사람에 대한 깊은 염려를 전하고 있는데, 이는 사행단의 일원으로 먼 길을 떠나는 것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선면(扇面), 대련, 횡서(橫書, 가로로 쓴 글씨)를 보내고 병풍 글씨는 가져가기에 불편할 듯해 보내지 못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당시 청나라 지인들이 추사의 글씨를 많이 요구했고 그 심부름을 이상적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뒤이어 추사에게 문복도를 그려줬던 정조경에게 안부를 전해줄 것과 시문과 회화, 전각에 뛰어난 정조경의 아버지(정정로程庭鷺)가 새긴 인장과 인보도 함께 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추사와 청나라 문인과의 교류가 매우 밀접하게 이루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이다.
마지막 발신일로 표기된 20일은 일반적으로 동지사가 10월 말에 떠난 것으로 볼 때 10월 20일일 확률이 높다.
그 동안의 추사 관련 자료에선 추사가 청나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대한 얘기만 주로 나왔는데 이 편지에선 추사가 자신의 작품을 청으로 보낸 사실이 구체적으로 거론돼, 당시 추사의 작품이 상당수 청나라에 전해졌을 확률이 높음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