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점을 나타내는 ‘밤새 내린 눈비[夜雨夾雪]’라는 표현은 늦가을에서 초겨울 무렵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연행사 일행이 중국으로 떠나는 시점이 음력 10월 하순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으로 떠나는 누군가에게 이 편지를 보낸 것이라 우선 유추할 수 있다.
‘당태종의 글씨를 집자한 원주 흥법사의 「진공대사탑비眞空大師塔碑)」는 옹방강, 기윤 등 중국측 학자들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내용은 누군가가 이 비문을 들고 중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程)에게 인정을 하나 새겨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는데, 다음에 소개할 편지와 연관 지어 볼 때 ‘정’은 추사와 일정한 인연을 맺어 「문복도(捫腹圖)」 등을 그려 보낸 적이 있는 정조경(程祖經, 1785~1855)일 확률이 높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연관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우선 이상적이다. 추사와 이상적의 관계, 조선과 중국의 교류 내용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이다.
그리고 싸인 부분의 과(鬲+㐄)는 그동안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는데 ‘果’의 차음 임이 새롭게 확인된다.
昨書 果卽收 夜雨夾雪 起居一安 行縢已完 再無委曲相 是懸懸 古碑只有此原州興法寺半折殘字一本 是集唐太宗書 而中國之所傳者皆在此 如覃溪曉嵐諸人 無不寶重者耳 小印一枚 幸要程刻以惠 千萬千萬 餘且留續 不備 老鬲+㐄 頓首
앞서 보낸 편지는 잘 받아보았는가? 밤새 내린 눈비에 별일은 없는가? 길-채비는 이미 완비하고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가? 몹시 궁금하네.
고비(古碑)로는 이 원주흥법사반절잔자본(原州興法寺半折殘字本, 진공대사탑비眞空大師塔碑)만 있는데, 이 비는 당태종(唐太宗)의 글씨를 집자한 것으로, 중국에 전한 것이 여기에 다 있고, 담계(覃溪, 옹방강翁方綱)와 효람(曉嵐, 기윤紀昀) 등이 모두 보물처럼 중시하였네.
부디 작은 인장 하나를 정(程, 정조경程祖慶)에게 새겨달라고 부탁해 보내주길 바라네.
그럼 이어서 다시 쓰도록 하고 이만 줄이네.
노과(鬲+㐄과: 흙으로 만든 솥. ‘果’의 차음)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