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하는 추사 편지를 대체로 분류하면 노년기의 것이 주로 많은데 이 편지 역시 필체로 보아 노년기인 과천시절에 쓴 것으로 보인다. ‘칩거의 삶을 살고 있다’거나 ‘늙어 흐리멍덩하다’는 내용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편지를 받는 기쁨에 대한 표현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적적함의 간접적 표현으로 보이기도 한다. 수신인은 미상이다.
秋冬之際 纏綿悱惻 觸忤閒愁 況蟄居無憀者 忽荷良椷枉款 欣誦百廻 況並拜衙函 如窮子暴富 喜出望外 更惟雪初 起居侍晏 靑燈滋味 無愧放翁 耿祝 弟 老頑益甚而已 曾書幸轉達 姑不備
十月 初十日 病弟 啓
가을 겨울이 교차하는 즈음에 서글픔에 휩싸여 일마다 시름이 일거니와, 무료한 칩거의 삶을 사는 경우야 더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이 때 갑자기 정성 담긴 편지를 받고 기쁜 마음에 백 번이나 읽었습니다. 더구나 관아 편지까지 받으니 마치 곤궁하게 사는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인 바, 실로 뜻밖의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첫눈 내리는 때에 부모님 모시고 잘 지내고 청등(靑燈, 청빈함 속에 공부에 열중함)의 재미가 방옹(放翁, 육유陸游)에 부끄러움이 없으신지요? 삼가 축원합니다. 저는 늙어 흐리멍덩한 게 갈수록 심할 뿐입니다. 『증서(曾書), 대학』은 잘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
10월 초 10일 병제(病弟)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