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40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이다. 동궁(東宮, 세자시강원)관련 내용이 거론된 것으로 보아 추사 나이 44세 때인 1829(순조 29) 세자시강원 보덕(輔德 정3품)을 역임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 무렵 관직 임명과 관련해 동료에게 행보를 같이할 것을 권유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40대 초반의 글씨로, 관직생활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현장감있게 전해진다.
[겉봉] 拜候上
風燥日杲 愼節萬重 近候益就差安. 耿祝寔勞 同病之憐 尤不勝懸懸. 弟一味作枕 玆間物 只使賓僚喫此苦業 奈何. 明日爲坐堂 而兄亦有宮啣未肅 與弟同此悚迫矣. 若得於備員草記並爲出隷 雖至違傲 而更添一悚 作一節拍 猶爲少伸之一端 盛意未知如何. 無以異同 玆以奉議 若印可 則坊吏見方來待於弟處 亦使往復場中直僚 以爲同去就. 更好耳 委此走叩 不備.
卽 僚弟 拜
[겉봉] 편지 올림
바람은 메마르고 해는 드높은데, 아프신 몸 잘 보중하며 근래 들어 더욱 안정을 되찾으셨는지요? 축원의 마음 실로 간절하며, 동병(同病)의 안타까움 더욱 금할 길 없습니다. 저는 줄곧 베갯머리에 누워있는바, 이 못난 물건이 빈료(賓僚, 세자시강원 좌·우빈객世子侍講院左右賓客)로 하여금 홀로 고생을 만끽하게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겠습니까.
내일 좌당(坐堂, 출근)하는데, 형 또한 궁함(宮啣, 동궁東宮의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숙배(肅拜, 임명에 감사를 표하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저와 같이 송구(悚懼)의 압박에 몰린 상황입니다. 만일, 비원(備員, 충원)의 초기(草記, 각 관서에서 내용을 요약해 국왕에게 보고하는 문서)에서 우리 명단이 모두 빠진다면 비록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긴 해도 송구함(임명에 응하지 않는 행위)을 하나 더 늘려, 하나의 핑계를 만듦으로써 조금이나마 완충의 단서를 만들 수 있을 터이니,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서로가 거취를 달리할 수 없어 이와 같이 의견을 전하오니, 만일 저의 의견을 따라 주신다면 현재 춘방(春坊,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아전이 저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 그를 춘방의 입직(入直, 근무) 관료에게 다녀오게 해서 거취를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좋겠습니다. 이와 같이 서둘러 사람을 보내 내용을 전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지금 바로 료제(僚弟)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