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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화가는 이겨냈지만 다른 화가는 끝내 이겨내지 못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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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 화가는 결혼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곧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그림에서 꿈꾸던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은 이루지 못했다. 
반면 오른쪽 그림을 그린 화가는 그 시대의 같은 고통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노년까지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두 그림이 그려졌던 시기 유럽을 강타했던 이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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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그림은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의 <웅크리고 있는 커플Kauerndes Menschenpaar>. 이것이 처음에 붙여진 제목인데 미술 평론가 베르타 주커칸들(Berta Zuckerkandl, 1864-1945)이 이 그림에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제목을 사용한 이후 <가족Die Familie>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불린다. 


에곤 실레 <웅크리고 있는 커플(가족)> 1918, 150x160.8cm, 빈 벨베데레미술관


벌거벗은 남자와 여자가 ​​어두운 방에 웅크리고 있고, 여자의 다리 사이로 한 아이가 있다. 실레의 자화상에서 많이 본 그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는 전형적으로 뼈가 툭툭 튀어나온 몸으로 아래의 여인을 보호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왼팔은 다리 위로 걸쳐 직각으로 올리고 오른손은 왼쪽 가슴 위에 얹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인은 팔을 옆으로 내리고 앉아 다리 사이에 아이를 앉히고 자신의 왼쪽 앞을 바라보고 있다. 
실레의 자화상이건만, 실레에게 이런 가족은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 에곤 실레의 부인 에디트는 이 그림이 그려지던 1918년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고, 임신 6개월이던 10월 28일 유행하던 독감에 의해 세상을 떴다. 이후 에곤 실레 자신도 3일 후인 10월 31일 독감으로 사망했다. 아이를 낳고 꾸릴 행복한 가정을 상상해 그린 것이었다면 참으로 쓸쓸한 결말이다.  

* 이 여성 모델이 실레의 아내 에디트가 아니라 그 전 연인 발리 노이칠(Wally Neuzil)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레가 여인을 그리고 후에 여인의 다리 사이에 조카를 모델로 한 아이와 꽃다발을 덧그렸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그가 남긴 마지막 그림들 중 하나로 남자의 왼손 등 일부가 미완성인 것처럼 보인다.


에곤 실레가 그린 에디트 실레의 초상(좌)과 발리 노이칠의 초상(우) (부분)


이 유행성 독감은 소위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지지만 스페인에서만 유행한 것도,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다. 1918년~1920년 사이, 1차 세계대전 종반 즈음에 크게 유행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독감으로 유럽에서는 14세기의 흑사병, 수 백년에 걸친 천연두와 함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 유행병 중 하나로 악명높고, 미국이나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입었다. 1차대전 종전 후 병사들이 각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보다 훨씬 부정확한 집계이겠지만 당시 17억의 세계 인구 중 감염자는 5억 명, 사망자는 최대 5,000만 명에 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1차 대전 사망자는 900만 명이었고, 2022년 4월 현재 코비드-19로 인한 사망자 약 620만 명과 비교해도 그 피해를 짐작할 만하다. 

정답은 스페인독감.

노르웨이 출신의 에르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도 스페인 독감으로 고생했다. 이 그림은 독감을 앓을 당시의 쇠약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눈은 잘 보이지 않고 입은 벌어져 있다. 구겨진 이불이 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인물로 표현했으며,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밝은 색상의 배경들과 환자의 생기 없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누워 있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이 그의 의지를 드러낸 것일지, 그는 병을 이겨냈다. 


뭉크 <스페인 독감을 앓고 있는 때의 자화상Self Portrait with the Spanish Flu> 1919, Oil on canvas, 150 × 131 cm,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뭉크 <스페인 독감 이후의 자화상Self-Portrait after the Spanish Flu> 1919, Oil on canvas 150.5x131cm, 뭉크뮤지엄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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