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보이는 한 사람의 초상화이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여러 배경에 다양한 복장으로 자신의 아들을 그렸다. 다른 이의 주문으로 그려지지 않은 자신의 의도로 그린 그림이며, 그가 모델에게 주는 시선에는 애정과 걱정을 담았음이 느껴진다.
다소 우울한 느낌을 주는, 스스로도 유사한 자화상을 많이 남기기도 한 이 화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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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그리는 초상화는 많은 경우 공식적이고 목적의식적이다. 모델을 서는 사람은 권력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러한 위상을 잘 보여주게끔 하는 형식이 발전했다. 18세기 영국에서 발전한 가족 초상화처럼 비공식적인 것처럼 보이는 초상화조차 화목한 가정을 표현하기 위해 일정 형식-큰 캔버스에 정교한 구도 등-으로 그려지곤 했다.
이 그림은 그와는 거리가 있는 초상화로, 화가의 어린 아들을 그린 것이다. 화풍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화가는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모델은 그의 아들 티투스Titus van Rijn (1641–1668)이다. 넷째 아들이기는 한데 다른 아이들은 어려서 세상을 떠서 렘브란트에게 유일하게 남은 자식이었다. 티투스는 아버지를 잘 따랐다고 하는데, 거의 대부분 우울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정답은 렘브란트.(렘브란트 <책상 앞의 티투스> 1655, Oil on canvas,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이 그림에서는 곱슬머리 소년의 모습을 한 티투스가 글을 쓰다가 엄지손가락을 턱에 괴고 생각에 빠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무언가 걱정이 있는 모습인데, 아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이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일까? 한편으로는 렘브란트가 (다른 그림에서 필요한) 우울한 또는 생각에 빠진 인물을 그리기 위해 가족을 대상으로 연습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렘브란트는 성서나 신화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 연습한 일이 많기도 하고, 가족이나 지인의 모습을 초상화로 그리기도 했다. 자화상도 그렇고, 가까운 인물들을 이토록 인상적으로 표현한 화가는 많지 않다. 애정과 관심에서 나온 그림이고, 모델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 티투스는 13~14세였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그대로 그렸다기에는 다소 어려보인다. 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렸을 수도 있고, 다른 아이를 모델로 쓰고 아들의 모습을 겹쳐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티투스는 화가로서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있지만 활동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만 27세에 젊은 나이로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떴다.
렘브란트 <수사로 분장한 티투스> 1660, Oil on canvas, Rijks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