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5년 화가의 나이 쉰여섯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 30년지기 친구인 유명 소설가가 소설 속에 자신을 모델로 실패한 화가를 그려내어 크게 다투었다.
* 조형성에 대한 강한 탐구 정신으로 정물이나 목욕하는 사람들, 산 등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 피카소는 이 화가가 그린 여성 누드의 석판화를 사 화실에 들여놓았고, 피카소는 2년 후 <아비뇽의 여인들>을 완성했다.
이 화가는 누구일까?
-----
정답은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위의 그림은 그의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1898-1905, 캔버스에 유화, 210.5×250.8cm, 필라델피아 미술관)다.
인상파 무렵의 화가들이 모두 개성이 강하지만 세잔 만큼 한 주제를 집착적으로 다루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낸 집념의 화가라면 세잔을 넘어설 이는 없을 것 같다. 그가 빛과 형태를 연구하면서 그려낸 생트 빅투아르 산은 총 80여 점이나 된다.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유명해졌을 때조차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했지만 누구보다 고집 세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모험 정신이 강했다.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Mont Sainte-Victoire> 1902-04, 캔버스에 유화, 73x91.9 cm, 필라델피아 미술관
세잔 <대수욕도> 1894-1905, 캔버스에 유화, 127.2x196.1cm, 런던 내셔널갤러리
<대수욕도>, 또는 <목욕하는 사람들>은 1870년대 중반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꾸준히 반복적으로 그린 주제의 그림이다. 생 빅투아르 산 연구와 마찬가지로 형상 재현보다는 빛 속에 나타나는 형태와 평면성, 배경과 오브제를 평등하게 다루고 있다. 사과 등을 그리는 정물화나 풍경과 마찬가지로 대수욕도 또한 빛과 색을 치밀하게 다루면서 각 형상들이 맞물리도록 그리고 각 형상이 일정한 입체도형 형식화되도록 하면서 화면에 운동감을 주어 앞으로의 추상화 경향을 선도하게 된다. 입체주의를 비롯한 현대미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피카소가 구입한 석판화도 그의 <대수욕도> 그림이었다.
에밀 졸라의 소설 『작품』(부제 : 예술가의 초상)에 등장하는 화가 '클로드 랑티에'는 재능을 가졌지만 성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등 불안하고 소심한 성격을 지녔다. 결국 자신의 작품과 인생에 실망하여 자살하는 캐릭터다. 학창시절부터의 친구에 붙어다니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졸라와 세잔 두 사람이 다투고 만나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이 작품 때문이라고, 즉 세잔이 자신이 털어놓은 것들을 바탕으로 랑티에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졸라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문학으로 성공한 졸라가 화려한 생활과 부를 과시하며 자신을 드러냈던 데 반해, 화가로 이름을 알린 세잔은 더욱더 세상을 피하고 그림 속으로 파고들었기에 두 사람의 이러한 가치관 차이는 당연히 점점 그들을 멀어지게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