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일본실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의 회화 중에는 「도카이도의 53역참(東海道五十三次)」 연작 판화가 있다. 도카이도(東海道)란 에도에서 태평양 바닷가의 53개 역참을 지나 교토에 이르는 길의 이름으로, 현재는 도쿄-신오사카 구간의 신칸센이 지나는 구간과 겹친다. 도중에 명승지가 많아서 여행 코스로, 또 그림의 소재로 자주 언급되는 도카이도의 53개 역을 1822년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가 판화로 출판해 일본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그는 일본식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畵) 작가 중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히로시게의 「도카이도의 53역참」 중 <쇼노에 내리는 소나기>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이러한 판화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시점 구성과 설정, 편평함, 장식적인 색상, 인물 표현의 절제 등으로 서양의 화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우키요에는 1850년대 이후 유럽에 알려지면서 특히 “이 화파”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화파는 무엇일까?
① 사실주의 ② 인상주의 ③ 낭만주의 ④ 라파엘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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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작품을 포함한 우키요에가 1850년대 서양 화단에 알려지게 되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으며 특히 인상주의 화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답은 ②번 인상주의.
당시 화가들은 튜브형 물감이 발명되고 실내에서 제한된 빛으로 그려왔던 그림에서 벗어나 외부 자연에서 직접 보고 그리며 다양한 빛의 실험을 추구하던 시기였다. 사진이 보급되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묘사하는 사실 표현이 무의미해지고, 주관적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화가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와중 1862년 런던의 만국 박람회와 1867년 파리의 만국박람회 이후 일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일본미술 특히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이 자포니즘(Japonisme)으로 발전된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특히 우키요에 화면에서 볼 수 있는 편평함, 장식적인 색상, 인물의 능숙한 절제, 그리고 대담한 구성에 매료됐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르네상스 이래 서양 회화의 기초를 이뤘던 기하학적 원근법과는 다른, 층을 이뤄 자연적으로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일본 목판화의 방식에 흥미를 느꼈고 그들이 부딪힌 회화적 문제에서 돌파구를 발견하게 됐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영향의 결과라고 한다면 선과 색채, 전체적인 구도와 시점의 설정 같은 것들이다. 시점을 높게 하여 내려다보듯이 그린다든가 하는 것은 이전의 유럽 회화의 전통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히로시게의 본명은 안도 시게우에몬(安藤重右衛門)으로.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하급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일종의 소방직을 세습했으나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에도의 유명 판화제작자인 우타가와 도요히로(歌天豊廣, 1773~1828) 문하로 들어갔다. ‘우타가와’는 스승으로부터 받은 성이고, 스승의 이름에서 히로를 물려받아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된다. 토요히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는 배우, 미인 등을 주제로 한 판화를 제작했다. 스승 사후 호쿠사이에게서 자극을 받아 풍경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831년 10점의 판화로 구성된 에도 풍경화 연작 「도토 명소(東都名所)」, 1834년에 완성한 「도카이도 53역참(東海導 五十三次)」 연작으로 인정받았다.
1856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118점의 「명소에도백경(名所江戸百景)」을 완성했다. 에도의 계절별 경치, 풍속과 생활 모습이 특유와 과감한 구성과 섬세한 필치로 표현되어 있다. 이 시리즈 제작 중 세상을 떠나서 총 118점 중에 3점은 제자들이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