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0년 무렵 베네치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한 이벤트를 그린 그림이다.
당시 베네치아는 유럽 순례 여행의 주요 목적지 중 하나로 파리와 명성을 다투는 귀족적이고 세련된 도시였다. 이 도시의 카니발에, 당시 유럽에서 유명했던 볼거리가 등장했다. 한 네덜란드인 선장이 인도에서 이 동물을 사들여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인기를 끌어 돈을 벌었던 것이다. 베네치아에 입성한 이 희귀한 동물을 보기 위해 귀족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의 놀란 모습을 한 화가가 화면에 담았다.
이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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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카니발에 등장한 코뿔소를 당대의 풍속화가인 피에트로 롱기가 그린 그림이다.
피에트로 롱기 <코뿔소 클라라> 1751년, 세테첸토 베네치아노 미술관, 베네치아
Pietro Longhi, Clara the rhinoceros by Pietro Longhi, 1751,
당시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3개월간이나 계속됐다. 인형극, 마술사, 점성술사 등 다양한 사람들의 쇼와 영업이 진행되는데, 카니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의 이국적인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피에트로 롱기는 이들을 묘사하는 그림들을 남겼다.
1751년의 카니발에서는 당시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던 암컷 인도 코뿔소가 성공적 유럽 투어 중에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얌전히 풀을 뜯고 배설을 하던 이 지친 동물에게 붙여진 이름은 클라라Clara. 클라라는 1738에 태어나 1741년에 포획되고, 1758년 사망할 때까지 17년간 유럽의 주요 도시를 섭렵했다.
롱기는 건초를 묵묵히 먹고 있는 코뿔소의 측면을 별다른 다이내믹함 없이 묘사했다. 건초와 배설물을 동물의 앞뒤에 그려넣고, 카니발에 참여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나 얼굴을 내놓은 사람들이나 생기가 없게 표현해, 적나라하지만 풍자는 없는 묘한 분위기의 그림이 되었다.
10년 가까이 유럽을 순회하느라 지친 클라라는 불쌍하게도 뿔도 빠져 있다. 로마에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 뿔은 그림에서 앞줄 왼쪽의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람이 코뿔소의 주인인 네덜란드인 선장일 것이다.
피에트로 롱기의 코뿔소 클라라 그림은 두 점이 존재하는데, 그 등장인물과 구성이 유사하다. 코뿔소 그림의 첫 주문자는 개인 동물원을 보유하고 있던 그리말디Giovanni Grimaldi였고, 모체니고Mocenigo라는 귀족에게 한 번 더 의뢰를 받아 거의 같게 그렸다. 현재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이 그것이다.
Pietro Longhi, Clara, the rhinoceros in Venice, 1751, oil on canvas, 62×50 cm, 런던 내셔널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