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후벼파고 있는 한 남자와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유화다. 짐작할 수 있듯이 왼쪽 흰 로브를 두른 상처입은 사람은 그리스도이고 이것은 성서 속의 이야기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사망했던 예수가 부활한 다음의 일이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제자 토마(혹은 도마Thomas)가 부활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며, ‘내 손가락을 못 자국에 넣고 내 손을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못 믿겠다’고 뻗댄다. 8일 후 제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온 그리스도는 토마를 불러다가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자 그제서야 토마가 "나의 하나님” 하면서 믿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영어 표현 중에 'a doubting Thomas'는 '의심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토마는 영원히 '의심 많은'이라는 수식어를 단 인물이 되었지만, 결국은 더욱 확고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반전인물이다.
<의심하는 토마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그려진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특별히 극적인 연출이 대단하다. 부자연스럽다고 할 만한 조명이 두 사람 사이를 강하게 비추고 나머지 부분은 어둡게 처리했다. 그리스도의 흰 피부와 대조적인 지저분한 손이 상처 속으로 쑥 들어간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 보는 이들에게도 그 고통이 느껴질 것만 같이 생생하다. 옆모습으로 표현된 토마의 표정은 직접 그려지진 않았으나 눈썹을 한껏 치켜떠 놀람, 흥분 등의 감정이 고양된 상황을 이마의 주름만으로 나타냈다.
이렇듯 고전주의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다소 막 나간 듯이 보이는, 마치 영화같은 장면을 만들어낸 바로크의 화가는 누구일까?
① 카라바조 1573-1610
② 루벤스 1577-1640
③ 벨라스케스 1599-1660
④ 렘브란트 1606-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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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 ~ 1610)
<의심하는 토마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1602, Oil on canvas, 107×146cm, 포츠담 신궁전Sanssouci, Potsdam
보통 17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예술 방향이 동시에 생겨난다. 회화에서만으로 좁혀 본다면 바로크 회화의 인물들을 마치 무대 위에서처럼 부자연스럽게 빛을 받고 부자연스럽거나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17세기에도 물론 고전주의적인 회화가 계속 존재하고 인기를 얻고 했었지만, 우리는 서양미술사의 흐름에서 인상주의의 태동과 관련된 이들의 약진을 주목하게 됐다. 이들은 고전주의적 구도와 달리 표면을 다 채운다든가 틀에 맞게 그려야 한다든가 하는 것에는 얽매이지 않고 관능적이고 감정적인,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생산해 냈다.
이 시기를 연 화가인 카라바조는 대담하고 가식없는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림의 주 수요자인 고위 성직자들의 마음에는 들기는 어려웠기에, 카라바조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고귀하지 않은’ 그의 그림은 외면받게 된다.
카라바조는 서양 거장 중에 유일하게 범죄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는 도마를 그리면서 모범생인 다른 제자들과 달리 엇나가는 그를 자신과 동일시 했을까? <의심하는 도마> 주제는 두치오, 루벤스, 뒤러 등 많은 르네상스 전후 예술가들이 다루었는데, 카라바조의 그림은 물질성, 그 리얼함, 성스럽거나 우아하지 않은 처절한 현실감이 다른 이들의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카라바조 회화의 특징이라고 말해도 그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