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영국의 새로운 20파운드 지폐의 디자인에는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가 J.M.W. 터너의 초상화와 풍경화가 포함되었다.
지폐 후면 터너 초상화 뒤에 있는 배경의 풍경화는 항구나 바다 빛과 색채를 풍성하게 담아내는 터너 그림의 특징이 잘 드러난 대표작이다. 2005년 BBC 라디오4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폐 하단에는 그의 명언 “빛은 그러므로 색이다Light is therefore colour”가 적혀 있다.
석양이 내려앉는 가운데 돛을 걷어올린 범선 한 척이 어두운 증기선에 의해 어디론가 인양되어 가고 있다. 어디로, 왜 가는 것일까?
① 건조 후 시범 운항을 위해 항구로
② 사고 후 수리를 위해 정비소로
③ 수명이 다해 해체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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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해체를 위해 마지막 정박지로 인양되는 전함 테메레르>(1838)
J. M. W.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 Tugged to Her Last Berth to Be Broken Up, 1838, Oil on canvas, 91×122 cm, National Gallery, London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알려진 영국 화가 조셉 말러드 윌리엄 터너(J.M.W. Turner, 1775-1851).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풍경화의 대표주자인 터너는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빛과 색채를 통해 특히 자연을, 특히 바다를 환상적, 표현주의적으로 웅장하게 그려낸 화가다.
<해체를 위해 마지막 정박지로 인양되는 전함 테메레르>, 보통 <전함 테메레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1838년, 템즈강을 따라 마지막 여정을 하는 전함 테메레르의 역사적 현장을 그린 것이다. 붉은 색과 선명한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석양을 배경으로 마지막 정박지로 인양되어 가는 전함의 모습이다.
정답은 "③ 수명이 다해 해체 장소로(템즈강을 따라 로더히스로 올라가는 중)".
정답은 "③ 수명이 다해 해체 장소로(템즈강을 따라 로더히스로 올라가는 중)".
수많은 전투에서 맹위를 떨치고 이제 그 수명을 다해 해체를 위해 마지막 여정을 하는 선박과 아름답게 하늘을 물들이는 황혼은 인생과 고난과 역경과 서글픔과 평온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1839년 로열 아카데미의 전시에서 공개되면서 찬사를 받았다.
테메레르는 프랑스어로 reckless(무모한, 난폭한)라는 의미를 지녔다. 17세기부터 프랑스 해군의 군함명으로 사용되었으며 프랑스에는 현재까지도 이 이름을 가진 군함이 있다. 예전 범선 시대에 적국으로부터 나포한 범선도 자국 해군에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영국 해군에도 테메레르라는 이름을 계승한 전함이 있었다. 영국 해군의 테메레르 군함은 7척이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 참여해 공을 세웠던 이 그림의 주인공이다(이 그림 속 테메레르는 프랑스로부터 노획한 배는 아니고, 1759년의 노획함(74문함)의 이름을 물려받은 98문함이었다).
이렇듯 역사적인 배이지만, 예산 때문인지 1838년 당시 민간인에게 폐선으로 매각됐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터, 해체를 위해 예인 항해하는 장면을 그린 윌리엄 터너의 그림은 그래서 더 인기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증기예인선으로 끌어 템즈강을 따라 올라가며 마지막 정박지인 런던 로더히스Rotherhithe로 가서 조각조각 분해됐다.
이렇듯 역사적인 배이지만, 예산 때문인지 1838년 당시 민간인에게 폐선으로 매각됐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터, 해체를 위해 예인 항해하는 장면을 그린 윌리엄 터너의 그림은 그래서 더 인기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증기예인선으로 끌어 템즈강을 따라 올라가며 마지막 정박지인 런던 로더히스Rotherhithe로 가서 조각조각 분해됐다.
이 그림은 영화 <007 스카이폴>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선배 007과 신입 Q가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나면서 둘이 함께 보는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Q는 이 그림을 보면서 한때 잘 나가던 전함의 퇴역을 보며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말해 007을 열받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