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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남자가 이런 표정을 지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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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전반기에 그려진 그림의 일부다. 한 남자가 인상을 쓰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전체 그림은 남자의 상반신이고 세로 47cm, 가로 35cm로 사이즈로 보아서는 초상화 같기도 하다. 



이 남자는 왜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 어떤 상황에서의 장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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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브라우웨르 <쓴 물약The Bitter Potion> c.1635-38, oil on wood, 47x35cm, 프랑크푸르트 슈태델 미술관


지금의 네덜란드 지역인 플랑드르의 풍속화가 아드리안 브라우웨르Adriaen Brouwer(1605~1638)가 그린 <쓴 물약The Bitter Potion/The Bitter Draught>이라는 그림이다. 평범하지 않은 생애를 살다가 33세에 요절한 화가의 생애 거의 마지막에 그린 작품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림이다. 전체 모습을 보면 이 젊은 남자의 손에 유리병과 도자 잔이 들려 있다. 쓴 약을 맛보고 그 비위상함과 거부감을 얼굴 전체를 극단적으로 찡그려 표현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브라우웨르는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그리던 아버지에게서 조금씩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16세에 가출해서 행방불명 되었다가 20세에 암스테르담에 나타났다고 한다. 유명 초상화가인 프란스 할스의 제자 겸 조수가 되어서 배웠고 브뢰헬의 영향인지 농민 생활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은 경우가 많았다. 

그의 특징이라면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강렬한 성격 묘사이다. 사용한 색채는 회색과 갈색의 차분한 톤이고 붓질도 섬세한데 강한 인상을 주는 표정과 동작의 묘사에 뛰어났다. 1633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고 하며, 1638년 흑사병에 걸려 안트베르펜에서 33년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루벤스(1577-1640)나 렘브란트(1606-1669) 같은 거장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두 거장이 모두 브라우웨르의 작품들을 수집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브라우웨르를 그저 하잘 것 없는 장르화를 그리던 풍속화가로 치부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여관 등을 배경으로 노름하는 사람들, 대포집에서의 부랑자나 가난한 사람들의 별로 우아하지 못한 생활 등을 그렸으나,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던 노력도 비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그림은 둥글넓적 큰 코에 머리카락은 부스스하고 수염도 듬성듬성 난, 세수도 열심히 한 것 같지 않은 잘생기지 않은 한 농민-평민이 주인공이다. 무엇인가를 마시고 짓는 표정으로 그것이 얼마나 쓴지를 즉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아름답거나 서정적이거나 즐거운 장면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표출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담겠다는 의지가 적절한 스킬을 만나 절묘하게 결과물을 냈다. 

그의 그림은 ‘트로니’라고 불리는 장르 회화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트로니Tronie라는 용어는 ‘얼굴’ ‘머리’ 또는 ‘얼굴표정’을 뜻하는 단어였다. 오늘날 이 단어의 의미는 ‘흉측한 얼굴’ ‘찡그린 인상’ ‘낯짝’ 등으로 17세기에 비해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데,미술작품의 주제를 나타낼 때 당시 네덜란드에서도 많이 쓰였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의 재산 목록에 “늙은 남자의 트로니 한 점, 렘브란트의 아버지 초상” 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탐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트로니 들은 네덜란드의 다음 세대 풍속화, 초상화 등에 영향을 주게 된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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