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스 <거울을 보는 비너스(비너스와 큐피드)> 1647-1651, 캔버스에 유채, 122.5X177cm 런던 내셔널갤러리
이 그림은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비너스와 큐피드)>이다. 실 한 올 걸치지 않고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인이 미의 여신 비너스. 그녀가 비스듬히 침대에 누워 큐피드가 세워준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벨라스케스는 이러한 여성 누드화를 평생 몇 작품 정도 그렸을까?
① 1점 ② 10점 ③ 50점
---
벨라스케스는 초기에 종교화와 약간의 풍속화를 그리다가 24세의 젊은 나이에 스페인의 새로운 왕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그려 궁정화가로 임명되면서 평생을 궁정에서 지내면서 많은 초상화를 그려 명성을 떨친 17세기의 대표적 화가이다. 우리에게 벨라스케스는 미셸 푸코가 거론하며 더욱 유명해진,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펠리페 4세 일가(시녀들)>,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버전을 탄생시킨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 등의 유명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큐피드가 있긴 하지만 누워있는 여성은 여신 비너스의 분위기라기보다 아름다운 현실의 여인 같은 분위기이다. 벨라스케스가 자주 사용하던 붉은색과 검은색의 천이 침대와 커튼으로 이용되어 정열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띄게 만들며 여인의 흰 피부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큐피드가 들고 있는 거울 속 비너스 얼굴은 관람자와 시선을 맞추는 듯이 보이는데 각도가 영 어색하고 눈빛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카톨릭을 국교로 하던 스페인에서 당시에 이 그림은 문제의 소지가 많은 작품이었다. 벨라스케스는 이 작품 이외에는 누드를 그리지 않았다(못했다). 정답은 ①번 1점.
상대적으로 이탈리아는 온 데 누드화와 누드 조각이 널려 있었으나 종교재판이 엄격하게 진행되던 시대를 거쳐 왔던 스페인에서는 신화를 핑계로 여인의 누드가 제작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18세기 말 고야가 <옷을 벗은 마하>를 그리기 전까지 그러한 분위기가 유지되었었기 때문에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죄악을 품은 이 작품 또한 스페인 귀족들에 의해 은밀히 소장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 영국의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로커비 비너스(Rokeby Venus)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한때 영국 요크셔의 로커비 저택에 소장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X선 등으로 분석해 보면 스케치를 하지 않고 직접 물감을 화면에 칠하며 몇 번씩 덧그리면서 작품을 완성한 과정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거친 표면이 더 눈에 띈다. 빛과 색채를 덩어리로 만들어내는 그의 화면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 작품은 1914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한 사람이 투옥된 동료들을 석방하라는 주장을 하면서 칼부림하는 바람에 훼손되는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