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책 커버디자인이나 상품에도 많이 사용되는 사랑스러운 수채화 그림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늘어선 곱슬거리는 토끼의 털, 밝고 어두운 색으로 얼룩덜룩한 것을 표현하는 가운데서도 빛이 비추는 정도의 차이를 미묘하게 표현하여 셰이딩하고, 다양한 색을 구사하면서도 자세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텍스처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1502년에 그려진 그림임을 생각하면 그 생생함이 놀라울 뿐이다.
이 토끼를 그린 유명한 화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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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 <어린 토끼Young Hare> 종이에 수채와 과슈 25.1 cm × 22.6 cm 1502년, 빈, 알베르티나 판화 미술관
Young Hare라고 했지만 어리고 귀여운 토끼라기보다는 어른 토끼에 가까워 보인다. 독일어 제목은 들토끼Feldhase.
이 그림은 당대에도 인기를 끌었는지 수많은 유사한 그림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적어도 동시대 사람들 중에 이러한 토끼 그림을 12명이 따라 그린 것이 전해진다.
방안의 토끼를 묘사한 이 작품은 뉘른베르크의 대가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수채화이다. 실내에 있는 토끼를 묘사하며 비례, 사실감, 디테일에서 모두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며 실물과 유사함에 놀라지 않았을까. 눈에 비친 방의 모습까지 뛰어난 기교로 묘사했다. 기교에 앞서 관찰력을 보여준다고 해야될 것이다. 뒤러의 대표작이라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뒤러는 독일미술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미술가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경험한 선구적인 북유럽 미술가였으며 장인이기보다는 지식인이기를 원했던 최초의 미술가로서 '르네상스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회화와 판화로 당대에 높은 명성을 얻었으며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뒤러 <자화상> 1500년, oil on panel, 67.1×48.9 cm 뮌헨 알테피나코텍
당시 유럽은 인쇄술이 발달하던 시기로 판화 또한 성행했다. 뒤러가 태어나고 죽은 뉘른베르그는 인쇄업이 활발했던 도시였다. 그는 평생 두 번 이탈리아를 여행했는데, 1494년부터 1495년까지 첫 이탈리아 여행을 가면서 티롤, 트렌토 등의 지방 풍경을 수채화로 남겼다. 자연풍경의 신비한 매력이 강조된 새로운 스타일의 풍경화와 수채화. 새의 무지개색 날개, 풀잎의 디테일 등 자유롭게 그림의 세계를 펼쳐나갔다. 다양한 구도, 사실적 표현, 운동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던 듯하다. 뒤러의 수채화 그리고 판화는 15세기 플랑드르 풍경화 전통과 함께 이른바 ‘다뉴브 화파’ 거장들의 작품의 발전의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