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에 대한 알레고리 연작 중
암브로조 로렌제티Ambrogio Lorenzetti <좋은 정부 알레고리The Allegory of Good Government> 1338년, Fresco, 이탈리아 시에나, 팔라초 푸블리코(시청사)
이탈리아 남부 토스카나 지방. 중세 모습을 간직한 도시 시에나의 팔라초 푸블리코(시 청사) 건물의 평화의 방(7.7x14.4m) 삼면의 벽에는 섬세하고 개성있는 필치의 화가로 유명했던 암브로조 로렌제티(Ambrogio Lorenzetti, 1290~1348)의 프레스코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다.
북쪽 벽의 <좋은 정부 알레고리>와 동쪽의 <좋은 정부의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
북쪽 벽에는 <좋은 정부의 알레고리>가 있고 양쪽으로 동쪽 벽에 <좋은 정부의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 서쪽 벽에는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가 배치되어 있다.
북쪽 벽면의 <좋은 정부 알레고리>
이중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좋은 정부의 알레고리>는 좋은 정부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로렌제티의 생각을 담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부가 가져야 할 가치들을 이 그림에 나열하고, 그 옆 벽면에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그 가치가 잘 구현되었을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하여 표현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정부청사 같은 곳에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을 써 넣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반대쪽에는 나쁜 정부가 가지는 특징을 역시 알레고리로 표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스어인 ‘알레고리’는 어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익숙한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개 추상적인 개념이나 종교적 가르침 같은 것을 일상생활의 이미지나 인물, 사건 등으로 대신 이야기하여 쉽게 설명하는데, 정의나 자유, 사랑 같은 것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알레고리의 예가 된다. 이 <좋은 정부의 알레고리>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사랑, 믿음, 평화, 용기, 정의, 관용 등의 가치를 나타내며 좋은 정부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시에나 문장에 나타난 흰색과 검은색의 옷을 입고 점잖게 앉아 있는 벽면 중앙 오른쪽의 중심인물은 시 정부를 대표하는 통치자이다. 이 사람의 양쪽에 도열하여 앉아있는 캐릭터 중에서 양쪽 끝, ① 흰색 옷을 입고 비스듬히 기울여 앉은 사람과 ② 잘려진 사람 머리와 왕관을 무릎에 얹은 인물, 이 둘은 어떤 가치를 나타내는 알레고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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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그림의 우측 부분, 통치자와 나란히 앉은 미덕들은 화면 왼쪽부터 올리브 가지를 든 ‘평화’, 홀과 방패를 든 ‘용기’, 과거/현재/미래가 새겨진 물시계를 가리키는 ‘신중’, 중앙의 통치자, 그 옆에 차례로 동전이 담긴 쟁반을 든 ‘관용’, 모래시계를 든 ‘절제’, 칼과 왕관을 들고 잘려진 머리를 무릎에 얹은 ‘정의’이다. 정답은 ① 평화 ② 정의.
통치자 위쪽의 미덕들은 기독교에서 중요하다고 믿어지는 믿음, 소망(희망), 사랑(자비)의 세 가지 미덕이다. ‘믿음’은 십자가를 안고 있고 ‘사랑’은 화살과 심장을 손에 들고 있으며, ‘소망’은 예수 얼굴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이다. 통치자의 발치에 암늑대의 젖을 빨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쌍둥이 아이들은 전설에서 시에나의 시조인 세니우스와 아스키누스이다.
같은 벽면 왼쪽 부분에도 정의가 등장한다. 의자에 앉아 저울을 양손으로 받드는 정의의 여신. 책을 들고 있는 지혜, 한 손에는 밧줄을 쥐고 있고 목수의 상자를 가지고 있는 ‘조화’, 그 밧줄을 잡고 일렬로 늘어서 있는 24인의 시의원들이 있다. 밧줄은 통치자의 홀과 연결된다. 정의의 저울 좌우에는 창과 나무궤를 주는 천사, 왕관을 수여하거나 참수형을 행하는 천사 등이 있다.
정의의 머리 위에는 “Diligite iustitiam qui iudicatis terram" (정의를 사랑하라, 세상을 통치하는 자들아 : Love Justice, You Judges on Earth)이라는 말이 노골적으로 써 있다.(이 말은 같은 청사건물 대회의실을 장식하고 있는 시모네 마르티니의 <마에스타>에도 쓰여 있다.) 로렌제티의 이 프레스코 벽화는 세상을 통치하는 자들에게 정의가 없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경고하는 그림인 것이다.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는 서쪽 벽면에 연달아 그려져 있는데, 독재자가 우측 중앙을 차지한다. 눈은 사시에다 머리에 뿔이 나고 이빨이 삐죽 나온 상태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사탄의 모습이다. 독재자의 발치에 검은 염소는 '불신'을, 손에 든 성배와 곤봉은 속임수와 폭력을 상징한다. 독재자의 오른쪽에는 ‘사기’, ‘배신’, ‘잔혹’, 왼쪽에는 ‘광란’, ‘분열’, ‘전쟁’과 같은 악덕이 알레고리로 표현되어 있다. 머리 위엔 돈주머니를 든 ‘탐욕’, 머리에 뿔이 난 ‘오만’, 거울을 든 ‘허영’이 의인화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그림에도 '정의'가 있는데, 왕관을 쓰지 않은 채 머리가 헝클어지고 붕대에 감겨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정의가 가지고 있던 저울의 두 원반은 아래쪽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는 서쪽 벽면에 연달아 그려져 있는데, 독재자가 우측 중앙을 차지한다. 눈은 사시에다 머리에 뿔이 나고 이빨이 삐죽 나온 상태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사탄의 모습이다. 독재자의 발치에 검은 염소는 '불신'을, 손에 든 성배와 곤봉은 속임수와 폭력을 상징한다. 독재자의 오른쪽에는 ‘사기’, ‘배신’, ‘잔혹’, 왼쪽에는 ‘광란’, ‘분열’, ‘전쟁’과 같은 악덕이 알레고리로 표현되어 있다. 머리 위엔 돈주머니를 든 ‘탐욕’, 머리에 뿔이 난 ‘오만’, 거울을 든 ‘허영’이 의인화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그림에도 '정의'가 있는데, 왕관을 쓰지 않은 채 머리가 헝클어지고 붕대에 감겨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정의가 가지고 있던 저울의 두 원반은 아래쪽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서쪽 벽의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
나쁜 정부의 독재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