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으로 되어 있는 조선시대 그림으로 현재 종묘의 〇〇〇신당에 걸린 이 영정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의 그림을 광해군(光海君, 1575~1641) 때 이모하여 다시 그린 것으로, 원 그림은 조선 태조(太祖, 1335~1408)가 종묘 경내에 이 사람들의 사당을 짓고 영정을 봉안했던 것입니다. 원 그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습니다.
부부인 것으로 보이는 이 두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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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31대 왕인 공민왕(恭愍王, 1330~1374)과 그의 부인인 노국공주(魯國公主)를 그린 영정입니다. 두 사람이 마주보듯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공민왕은 왼쪽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는 좌안팔분면(左顔八分面), 노국공주는 오른쪽 얼굴을 더 많이 보여주는 우안팔분면(右顔八分面)으로 그렸습니다. 공민왕도 노국공주도 화려한 공식 복장을 하고 있고 그들의 발 아래에는 음식과 여러 기물이 놓여 있습니다.
이 그림과 공민왕 신당에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태조가 처음 종묘를 만들 때 갑자기 하늘에서 공민왕 초상화가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조정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의논한 끝에 공민왕 신당을 만들어 그 초상화를 봉안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믿을만한 것이 못 되지만 꾸며내었다면 조선의 개국과 태조의 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고려말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던 공민왕의 위상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무덤은 개성 근교에 자리잡고 있는 북한의 주요 유적지입니다. 고려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부부가 나란히 자리잡은 쌍릉으로, 무덤 벽면에는 공민왕이 직접 그린 벽화가 걸려 있고 두 무덤 사이에 서로의 영혼이 만나도록 구멍을 뚫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