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회화
  • 도자
  • 서예
  • 오늘의 그림 감상
  • art quiz exercise
타이틀
  • 무엇으로 그린 그림일까요?
  • 1629      
여기 평범해 보이는 산수화 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산수화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일반적으로 쓰는 붓 대신 다른 것을 사용했습니다.
무엇으로 그린 그림일까요?


지본담채, 90.3x36.4cm 국립중앙박물관











-------
이 그림은 태생이나 행적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조선 후-말기의 화가 오기봉이 그린 것입니다. 

취전醉癲, 취하여 미치다라는 뜻을 지닌 호를 지닌 것을 보면 목적의식적으로 열심히 살기보다는 술에 취해 즐기며 살아간 사람인 것 같은데, 이 얌전한 그림에서는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1960년대에 출간된 한국화가인명록 『한국회화대관』에는 오기봉에 대해 “그림을 잘 그리되, 특히 지두산수가 그의 장기였다.”는 한 마디와 이 작품의 화제 해설만 쓰여 있습니다.
지두(指頭)란 손끝을 의미하는 것으로 손 끝에 먹을 묻혀 그린 그림을 지두화라고 부릅니다. 오기봉은 손으로 산수화 그리는 것에 특장점이 있었다는 것이니 답은 "손가락"입니다.

지두화가 오기봉만의 전매특허는 아닙니다. 손가락, 손톱, 손바닥, 손등 등에 먹을 묻혀 붓으로 그리는 것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는 방법은 중국 당나라 때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크게 유행시켰던 사람은 18세기 초 청나라 화가 고기패(高其佩)라는 사람으로 그의 지두화는 ‘이것을 손가락으로 그렸다니 이럴수가’ 하는 느낌으로 감상하게 될 만큼 기술적으로 능란합니다.


고기패의 지두화 獨立枯松圖 170x96cm


이 반면 우리나라의 지두화는 후기 문인화에서 추구하던 고졸함이나 순박함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세황, 허필, 심사정, 최북 등도 지두화를 남긴 것으로 보아 18세기 중반 이전에 이미 조선에도 지두화가 전해졌다고 추정됩니다.


심사정의 지두화 <절로도해>


윤제홍 지두화 <옥순봉>






이들의 후배로 19세기에 활동한 윤제홍(尹濟弘)은 지두화에 몰입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윤제홍의 개성적인 지두화로 그린 옥순봉도, 백록담도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소치 허련(許鍊)도 갈필의 지두화를 남겼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기봉의 지두산수화는 걸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손가락을 활용해 어색함 없이 평온하고 시원한 산수를 표현했습니다.
화제로 “소 등을 가로 타고 돌아가는 저 목동, 가락도 없이 멋대로 젓대를 부네(牧童歸去橫牛背 短笛無腔信口吹).”라는 칠언시를 적었습니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02:31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