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특히 산수화의 구도에서 특히 중요했던 이것, 무엇일까요?
한 글자로 된 한자입니다.
이것 ‘○’은/는 일종의 운동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라가고자 하는 기운이거나 내려오는 기운이거나, 수그리거나 비약하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을 보면 어떤 것은 친근하고 어떤 것은 위압적인 그것을 ○(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청나라 왕부지(王夫之, 1619-1692)는 또 다음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논하는 사람들이 이르기를 ‘지척에 만리의 ○이/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라는 하나의 글자가 주목을 끈다. 만약 ○을/를 논하지 않는다면 지척에 만리를 축소시킨 것은 곧 <광여기> 앞의 천하도가 될 뿐이다.”
이것은 눈 앞의 종이에다가 넓은 경치를 그릴 때 투시법상으로 알맞게 그려야 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염두에 두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곧 지도처럼 된다는 말입니다.
정선의 <금강전도>도 명작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부족하여 자칫 지도처럼 보일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선 <금강전도> 종이에 수묵담채, 130.8x94cm, 삼성미술관 리움
동양화론에서 말하는, 들쭉날쭉하거나 크고 작음만 그려서는 얻을 수 없는 이것,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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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영화에서 ‘기세가 중요하다’라는 대사가 주목을 받고 있죠.
이번 퀴즈의 정답은 바로 ‘세(勢)’입니다.
이번 퀴즈의 정답은 바로 ‘세(勢)’입니다.
형상의 운동감이거나 기복, 굴곡이라고 말하기에는 힘든 무언가가 바로 이 '세'인데, 중국의 고대화론에서는 일찍이 '먼 곳에서 그 세를 취하고 가까이에서 그 질을 취한다'고 했습니다. 크다고는 하지만 실재에 비해서 좁을 뿐인 화폭에 큰 산의 웅장함이나 솟을 듯한 기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표면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이상이 필요합니다. 화가는 자신이 그리는 대상의 기운, '세'를 화면 안에 불어넣기 위해 어떻게 사물들을 배치하고 표현해야 할 것인지를 세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명나라의 고응원(顧凝遠, 1580-1645)이라는 사람은 '세를 오른쪽으로 보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왼쪽에 마음을 써야 하고, 세를 왼쪽으로 보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오른쪽에 마음을 써야 한다. 위에 있는 것이 그 세는 아래로 내려오고자 하기도 하고, 아래에 있는 것이 그 세는 위로 솟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그림은 전통적 투시법이 잘 적용되지 않았어도 ‘세’를 잘 파악하고 묘사하여 산의 생동감, 리듬감을 잘 드러내기도 합니다.
강세황 <피금정도> 종이에 수묵담채, 51.2×147.2cm 국립중앙박물관
명의 조좌(趙左, 16세기 말~17세기 초)라는 사람은 산수화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 적이 있습니다.
“큰 폭의 산수를 그릴 때는 세를 얻는 데 주력해야 된다. 산이 세를 얻으면 비록 얼기설기 얽혀 높고 낮더라도 기맥이 여전히 일관되게 통한다. 숲과 나무가 세를 얻으면 비록 들쭉날쭉 향하고 등져 같지 않더라도 각각이 사방으로 퍼져 무성하게 된다. 돌이 세를 얻으면 비록 기괴하다 하더라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아 평범하면서도 도한 용렬하지 않게 된다. 산비탈이 세를 얻으면 비록 서로 뒤섞이더라도 번잡하고 난잡하게 되지 않는다.”
마땅히 가져야 할 기세를 작품 속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단지 그림에서 뿐만이 아니라 음악, 시, 무용도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 참고자료
왕백민 저, 강관식 역, 『동양화구도론』, 미진사, 1991
* 참고자료
왕백민 저, 강관식 역, 『동양화구도론』, 미진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