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건을 쓰고 안경을 걸친 인물이 문지방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붓으로 무언가 적고 있습니다. 스케치하듯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그림은 여항문인화가 유숙(劉淑, 1827~1873)이 그린 것인데, 이의 오른쪽에는 유숙의 친한 친구가 그린 다른 그림이 합작도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의 오른쪽에 그려진 그림은 다음 중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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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으로, 유숙의 <이형사산상>입니다. 이형사산상, 즉 둘째 형이 산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의미입니다. 오른쪽에는 고람 전기(田琦 1825~1854)가 그린 <한북약고>가 이어집니다. 답은 2번째 그림.
소나무 아래 건물은 ‘한북약고’라는 글을 통해 종로 홍지문 근처에 있던 약재 창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그린 여항문인이자 약방 상인이었던 전기가 자신이 잘 알고 있던 건물을 그린 것입니다.
‘이형사산상’의 둘째 형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유숙이 2살 많은 ‘전기’ 형을 그려주니, 전기가 옳다꾸나 하면서 자신이 약방을 내다보는 모습이 되게끔 밖의 경치를 그려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번은 전기와 학석 유재소(劉在韶 1826~1911)가 함께 그린 <송지도松芝圖> (22.4x26.1cm 종이에 수묵,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3번은 전기의 <계산포무도>(24.5x41.5cm, 종이에 수묵담채, 1849년,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