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조선 후기 한 화가가 그린 것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한 총각이 소를 채찍질하여 오른쪽 길로 나아갑니다. 반대 방향으로는 양반네가 탄 나귀를 작은 소년이 끌고 가고 있습니다.
제비가 낮게 날고 있고 인물들이 삿갓에 도롱이를 입어 비가 아직도 오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버드나무 가지도 물을 잔뜩 먹고 축 처져 있습니다.
불어난 물에 다리마저 위태로와 보이는 것이 장마철 많은 비가 온 뒤 아직 개지 않은 날씨인가봅니다.
그림의 상단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서화평론가라고 할 수 있는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3-1791)이 이 그림에 대한 평가를 써 넣었습니다. 서평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만약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었다면 정취가 덜했을 듯.
긴 둑에 가랑비 내리는데 소를 몰고 나귀를 끌고 가는 풍경...”
이 뒤에 올 강세황의 평은 무엇일까요?
① 쓰다듬고 감상하다 놀랍고 자랑스러워 적는다.
② 그다지 뜻을 다하지 않아도 절로 신묘한 운치가 있다.
③ 빼어난 풍경이나 구경이 없어도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한다.
④ 모두가 천연의 흥취를 얻었다.
⑤ 중국인의 필의를 얻어 우리나라 사람의 솜씨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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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강희언(姜熙彦, 1710-1784)입니다. 호는 담졸澹拙. 이웃에 화가 정선이 살아서 (정선이 62세나 나이가 더 많았지만) 대가로부터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한평 등 도화서 화원들과 친했고 강세황 뿐만 아니라 당대의 수장가였던 김광국, 후배로는 김응환, 김홍도, 이인문과 교유했습니다. 김홍도가 1778년 여름 강희언의 집에서 풍속도 병풍을 그렸고, 강희언은 김홍도의 집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강희언, <질우견려도叱牛牽驢圖 소 몰고 나귀 끌다> 종이에 담채, 26.7x28.4cm 개인소장
若使雨歇天霽 便覺少趣
長堤微雨 叱牛牽驢 俱得天趣
豹菴
만약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었다면 정취가 덜했을 듯.
긴 둑에 가랑비 내리는데 소를 몰고 나귀를 끌고 가는 풍경, 모두가 천연의 흥취를 얻었다. 표암
정답은 ④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