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벽화 심우도.
불교 선종에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참선을 통해 본성을 깨닫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것에 비유해 10단계로 나눠서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라 부릅니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과 곽암(廓庵)의 심우도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는데, 조선 후기 중건된 사찰 외벽에는 곽암본이 주를 이뤘습니다.
곽암본의 10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심우尋牛 ② 견적見跡 ③ 견우見牛 ④ 득우得牛 ⑤ 목우牧牛
⑥ 기우귀가騎牛歸家 ⑦ 망우존인忘牛存人 ⑧ 인우구망人牛具忘 ⑨ 반본환원返本還源 ⑩ 입전수수入廛垂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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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5번 ‘목우’입니다.
10단계의 그림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 같습니다.
① 소를 찾아 나선다(尋牛) - 수행의 시작
② 소 발자국을 발견한다(見跡) - 실마리를 찾음
③ 소를 발견한다(見牛) - 본성을 이해하기 시작
④ 소를 잡는다(得牛) - 이때의 소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의 상태(검은색)
⑤ 소를 길들인다(牧牛) - 소를 길들여 삼독을 제거하는 단계(차츰 흰색)
⑥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騎牛歸家) - 흰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옴
⑦ 이제 소는 잊고 홀로 앉아 있는다 (忘牛存人) - 소는 찾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됨
⑧ 사람도 소도 모두 본래 공(空)임을 깨닫는다(人牛具忘) - 깨달음
⑨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받아들인다(返本還源) - 근본에 도달 (산수)
⑩ 중생 구제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선다(入廛垂手) - 속세로 나아감
해당 그림은 텐쇼 슈분의 십우도(15c, 32x181.5cm, 지름 14cm 쇼코쿠지박물관)로, 같은 텐쇼 슈분의 심우도 중 3견우, 4득우, 5목우, 6기우귀가를 비교하여 보면 더 또렷이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그림을 보면 삼독 상태의 소를 길들여 점차 흰 색이 되는 것을 표현한 것도 있습니다.
송광사 승보전 벽화의 목우
메트로폴리탄 소장 심우도. 한정희, 최경현, 『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 돌베개,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