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길게 네 발 짐승 한 마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부스스한 검은 털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커다란 발로 기어오는 모습의 험상궂은 첫인상에 비해 말똥한 큰 눈이 다소 귀여워도 보입니다.
이 동물은 무엇일까요?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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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지(林熙之. 1765-?) <노모도老貌圖> 1817년, 110x38.6cm, 삼성미술관 리움
역관이었던 화가 수월헌(水月軒) 임희지가 1817년 동지 무렵에 늙은 “모貌”를 손가락으로 그린 지두화(指頭畵)입니다.
정답은 부엌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모貌.
‘모’는 중국의 상상의 동물로, 명(明)대의 풍몽룡(馮夢龍)이 지은 『고금담개(古今談慨)』라는 책에 다음처럼 설명되어 있습니다.
정답은 부엌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모貌.
‘모’는 중국의 상상의 동물로, 명(明)대의 풍몽룡(馮夢龍)이 지은 『고금담개(古今談慨)』라는 책에 다음처럼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영국狗纓國에서 헌상한 동물로 이름은 모貌. 오나라 대제(손권) 때 이를 본 사람이 있는데, 이 짐승은 몰래 사람 사는 방에 숨어들어 음식을 잘 훔쳐먹었다. 사람이 잡으려하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예로부터 오나라에서는 아이들을 놀릴 때 빈주먹을 치켜들고 '내가 잡아먹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주먹을 펴 보이며 '모貌다'라고 하는 놀이가 있다."
꼬리 위쪽에 정축년(1817년) 동짓날 3일 후 수월도인이 손끝으로 그렸다는 내용이 써 있고, 왼쪽 화제에는 이 동물의 시각적 특징을 서술하고 “엄숙하게 높이 앉아 지키며 사납게 짖고 엎드려 살피면 온갖 귀신이 달아난다嚴嚴高坐護烈几啼呼顚諸走百鬼”고 써 놓았습니다.
동짓날이 지나서 새해를 맞이하여 귀신을 쫓기 위한 그림을 제작한 것 같습니다.
송석원시사에 참여하던 한역관 임희지는 키가 훤칠하고 깨끗한 풍모를 지녔다고 알려져 있죠. 악기(생황) 연주에서 묵죽, 묵란까지 재주도 많은 기인이어서 당대에 인기가 많았던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