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종로2가 탑골공원 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 중 하나가 있습니다. 국보 2호인 이 탑은 높이 약 12미터의 큰 탑으로 이 자리에 있었던 절 원각사 중심에 서 있어 그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원각사는 1464년 세조가 창건하였고, 탑은 1467년에 완성되었습니다. 모양새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 십층석탑과 닮았다고 느끼셨다면 바로 보셨습니다. 고려말에 만들어진 경천사 탑을 모델로 해서 원각사 탑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원각사지 10층석탑에는 각 층 기단의 면마다 화려한 무늬나 동물을 새겨놓았습니다. 1층에는 용, 사자, 연화문 등으로 장식했는데 2층 기단은 몇몇 인물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2층에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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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지 십층석탑 각 기단은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아(亞)자보다 한단 더 꺾인 모습이라 20면의 벽이 생기는데, 이 각 면마다 다양한 부조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의 2층기단은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현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입니다. 2층 전체 20면이 모두 서유기의 내용을 담았다고 하니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번성했던 원각사가 1504년 폐사되고 줄곧 빈터로 남아 있다가 1895년 근대식 공원으로 세워지면서 이를 파고다공원(pagoda는 유럽인이 불탑을 지칭하던 말입니다)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 시절 그 탑의 시각적 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식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유리 상자에 갇혀 있는 신세이지만 말입니다. 그로인해 가까이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 참고자료
신대현, 『테마로 읽는 우리 미술』, 혜안,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