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상단의 화제를 보면 그림의 내력을 알 수 있어 그 중 답이 되는 일부를 빼고 알려드립니다.
<잉어> 종이에 담채, 120.5x57.5cm, 간송미술관
" **선생이 잉어 그림을 그렸는데, 머리와 눈만 그리고 마치지 못했다. 20년 후에 ## ##이 동천 종형의 별장에서 이어 그렸으니 그때가 계사년 9월이다."
이 그림이 완성된 해 계사년은 1773년(영조 49년)이니, **선생이 이 그림을 그리다가 만 때는 아마 1753년 무렵이었을 것이고, 이때 ** 선생은 49세가 된 해입니다.
머리와 눈만 그리다 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생은 그 무렵인 1755년 나주벽서 사건으로 인해 반란을 모의한 혐으로 압송되고 이어 유배형에 처해졌으니 그 직전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20년 후 그의 그림을 이어 그린 이는 누구일까요? 어떤 관계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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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부자(父子)관계.
먼저 머리를 그린 ** 선생은 원교 이광사(1705-1777)이고, 20년 후에 이어 그린 사람은 그의 아들인 신재 이영익(1738-1780)입니다.
잉어 그림은 '등용문', 즉 출세, 입신양명을 기원하는 그림이죠. 이광사는 몰락해가는 집안을 아들이 일으켜주기를 희망하며 이 그림을 그리고자 했을 것입니다.
이영익은 아버지의 유배지인 함경도 부령, 남해의 신지도 등에 따라가 함께 지내기도 했던 효심 깊은 아들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읽고 눈물로 그림을 마무리하지 않았을까요. 하단의 큰 잉어 외에도 화면 상단에 작은 물고기 세 마리가 있는데, 이광사의 세 남매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이 마무리되고 몇 년 후 이광사는 유배지 신지도에서 삶을 마쳤고, 이영익도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년 만에 세상을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