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그려진 커다란 부채그림입니다. 2단 띠풀지붕이 얹어진 정자 건물을 중심으로 하여 오른쪽에 녹색으로 표현된 나무와 바위 언덕을, 왼쪽에는 자그마한 마당과 담벼락을 표한한 화사하고 안정적인 그림입니다.
“花深柳遠”으로 시작되는 화제가 써 있고, 좌우로 인장이 네 개 찍혀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 그린 그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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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불관 소장의 이 그림은 왼쪽 상단의 흐릿한 인장이 “이인상인(李麟祥印)”이고 화제의 필치도 이인상의 것이어서 한때 이인상의 작품으로 알려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만, 단릉 이윤영(丹陵 李胤永 1714(숙종 40)∼1759(영조 35))의 그림입니다.
화제 중에 이윤영이 그린 그림에 이인상이 글을 써 넣었다((題胤之畵...麟祥)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화심유원(花深柳遠)> 지본담채 48.3x86.5cm 국립중앙박물관
이윤영은 목은 이색의 14대손으로 과거를 보지 않고 평생 산수를 가까이한 선비화가입니다. 담양부사로 재직한 아버지를 따라 구담(龜潭)에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이인상과 절친한 벗으로 지내서 그림도 유사합니다.
이인상의 그림이 갈필이 많고 힘을 느끼게 해 주는 반면 이윤영의 그림은 보다 인간적이고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