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산길은 2008년 봄 강한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스촨성으로 들어가는 험한 길 “촉도”입니다. 심사정은 “촉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을 노래한 이백의 시 "蜀道難“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백의 시에서 이 길의 험난함을 표현한 부분을 잠시 살펴볼까요?
서쪽 태백산으로 새나 다닐 만한 길 있어 (西當太白有鳥道)
아미산 꼭대기 가로지를 수 있네 (可以橫絶峨眉巓)
땅 무너지고 산 꺾여 장사들 죽으니 (地崩山摧壯士死)
구름다리와 돌길 잔도가 고리처럼 놓였다네 (然后天梯石棧相鉤連)
위로는 여섯 마리 용이 해 둘러싼 꼭대기 표시되고 (上有六龍回日之高標)
아래로는 부딪치는 물결 거꾸로 꺾여 냇물을 감도네 (下有沖波逆折之回川)
누런 학이 날아도 이르지 못하고 (黃鶴之飛尙不能過)
원숭이조차 건너려면 기어올라 매달릴 것 걱정하네 (猿猱欲度愁攀緣)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벼랑 중간에 길을 내어 산을 돌아 넘어가게 하는 아슬아슬한 길들고, 도르래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 등이 보입니다.
제갈량이 출사표를 올린 후 거슬러 올랐다는 촉도는 산시성 한중(漢中)의 면현에서 시작해 쓰촨성(四川省) 검각현 무련역(武連驛)에 이릅니다. 이 길의 길이만도 355㎞나 됩니다. 원래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을 매달아 놓은 듯이 만든 길을 잔도(棧道)라고 합니다. 남아 있는 옛 잔도 가운데 명월협 잔도가 유명한데, 관광 명소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설치했을지, 그 옛날에 잔도를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일지 절로 몸서리가 쳐집니다.
간송 전형필은 훼손이 심했던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당시 5000원에 사들여 6000원의 거금을 들여 수리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DDP의 간송문화전에서 전체 두루마리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전체 길이가 8.18미터에 이르니 예전 보화각에서는 전시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답은 8.18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