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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어부와 나무꾼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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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명욱의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 입니다. 어부와 초부(나뭇꾼)가 묻고 답하는 그림으로 낚싯대를 든 사람은 어부, 도끼를 허리에 찬 사람이 초부입니다.
그는 17세기 숙종 재위 때의 화원으로 역시 화원이었던 한시각의 사위였습니다. 숙종은 그의 솜씨를 아주 높이 평가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는 남아 있는 작품이 거의 없고 이 작품이 현재의 대표작입니다.
어초문답도는 중국의 고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고사인물화입니다.


고사의 내용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어부와 초부의 대화가 등장하는 글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 몇 개만 들어보면,
1. 
송대 소옹(邵雍)의 저서 『어초문답』, 고금곡(古琴曲) 중의 『어초문답』, 원곡(元曲) 중의 『어초기』 등이 언급됩니다.
2. 
그 이전으로 올라가면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시로 읊은 당나라 왕유(王維, 701-761)의 『도원행桃源行』에도 ‘어초’가 등장합니다.
도화원기에서는 어부가 도원을 다녀오지만 도원행에서는 초부가 도원을 방문하고, 그곳 도원에서 사람들의 생활 모습 속에 어부와 초부가 함께 등장합니다.
    “해질녘에 어부와 초부가 물길타고 들어온다” (薄暮漁樵乘水入) 
3.
소식(蘇軾 1036~1101)의 『전적벽부前赤壁賦』(두 번 쓴 적벽부 중 먼저 쓴 것)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합니다.

況吾與子,魚樵於江渚之上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어부와 초부 노릇을 하며
侶魚蝦而友麋鹿                  물고기나 새우를 짝하고 사슴들과 벗함이라
駕一葉之扁舟                     일엽편주에 몸을 담아 
舉匏尊以相屬                     바가지 술잔을 서로 권하며
寄蜉蝣於天地                     하루살이같이 천지간에 기탁하고 있으니,
渺滄海之一粟                     바로 그 아주 작음이 푸른 바다의 한 톨 좁쌀이라,
哀吾生之須臾                     실로 우리 삶이 잠깐임을 슬퍼하고, 
羡長江之無窮                     장강의 무궁함을 부러워하도다.

이 송나라 때부터 어부와 초부가 속세를 피해 고상한 대화를 하는 은자의 대명사로 떠오른 듯합니다.

4.
소강절(邵康節 1011~1077)도 소동파와 비슷한 시기의 사람으로 이분이 지은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 어부와 초부가 세상의 이치에 대한 철학적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어초문대魚樵問對」)

어부가 물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무꾼이 그 옆을 지나가다 짊어진 짐을 벗어놓고 너럭바위 위에 앉아 쉬면서 어부에게 물어 가로되
...
땔감을 쪼개어 물고기를 구워먹으면서 易에 대해서 의논하였다.
...
어부가 초부에게 말하기를 너는 천지만물을 보는 道를 아느냐. 
초자가 말하기를 아직 모른다하고 그 방도를 듣기 원하자
어부가 말하기를 무릇 소위 말하는 관물이라는 것은....

길게 세상을 보는 이치에 대하여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그림에서 등장하는 어부와 초부는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이들은 단순한 어부와 초부가 아니고 일반인 코스프레 중인 숨은 현자(賢者)인 것입니다.

*이 작품도 DDP에서 현재(2016. 8. 28까지) 전시되고 있습니다. 


SmartK Y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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