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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빛깔의 맨드라미와 여치를 솜씨있게 그린 이 그림은 표암 강세황의 화훼 화첩 중 한 폭입니다.
낙관에 ‘정유춘 위유수사(丁酉春爲有受寫)’ 라고 써 있어, 이 그림이 정유년(1747년, 35세) 봄에 그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맨드라미는 8월이 되어야 꽃을 피우고 가을내내 볼 수 있지요. 화보풍이 아니지만 적어도 실물 꽃을 보고 그린 그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세황은 남종화 유행을 선도한 입장이었지만 화훼 초충도 또한 많이 그렸는데, 그는 그림의 솜씨가 반복된 연습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여 말년에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림 옆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써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의해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성들여 그려 만든 화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世之求余畵者多矣, 或山水或花卉草蟲或樓閣器物, 雖隨求而応, 强半倦困漫筆耳. 豈若此卷之積時日費功力. 信筆隨意 盡其能事也.
세상에 내 그림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 산수, 화훼, 초충, 누각, 기물 등을 원한다. 구하는 뜻에 따라 응하지만 반은 억지로 짜증나고 피곤해 붓을 함부로 놀릴 따름이다. 어찌 이 첩처럼 시일을 쏟아 붓고 공력을 들이겠는가. 붓을 믿고 뜻 가는 대로 그리는 것이 능사를 다하는 일이다.(2003년 서예박물관 ‘표암 강세황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