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스님들, 대선사들의 모습을 그린 진영은 분명 조선시대 초상화의 일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 승려의 초상들이 전시되기도 하는데, 그중 인상이 좋았던, 18세기~19세기의 한 대스님의 초상화를 들여다본다.
미상 <재월대사 초상> 축, 비단에 채색, 103x79cm, 국립중앙박물관
승려의 초상은 한국의 초상화 가운데 가장 일찍부터 그려졌던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현재로서는 삼국시대 예는 남아 있지 않다. 당시 중국을 갔다 온 구법승들이 각종 조사영(祖師影)을 가져왔기에 이에 자극받아 국내에서도 초상화가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온 진영 배관기 등이 전해져 오는 데다 통일신라 시대에 승상을 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스님들의 초상에 사대부가 찬문을 짓는 풍조가 기록에 있기도 한데, 사대부들이 본 수준 높은 승려 그림은 사대부 초상을 그리는 데에도 영향이 다소간은 있었을 것이다.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도 승려의 초상화 제작은 계속되어 사찰 내 조사당 안에 봉안되곤 했다.
재월대사의 상. 바닥에 화문석을 깔고 그 위에 푸른색의 방석을 놓고 결가부좌 상태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돌아앉은 전신 좌상이다. 갈색 장삼을 걸친 상태에서 왼쪽 어깨에 비스듬히 주장자(柱杖子)를 기대어 들고, 오른손은 무릎에 얹은 상태. 조선 후기 승상의 형식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주름진 얼굴에서 세월과 함께 구도자에게서 느껴지는 기품이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