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신선도> 종이에 먹, 26x31cm, 서울대학교박물관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품인 이 신선도 또한 필선의 강약, 묵의 변화무쌍함으로 리듬감을 드러내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일부는 짙게 일부는 다소 마른 붓으로 거침없이 그린 듯한 이 그림은 인물의 자세들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구성과 얼굴 묘사가 돋보이며, 인물들이 향하는 방향과 표정 또한 다양하면서도 조화롭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여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중앙에서 붓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은 문창일 것이다.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천제로부터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을 맡았다는 문창제군은 점차 ‘문文’을 관장하는 신으로 섬겨지게 되고 과거시험이 출세의 길이 되자 특히 인기가 높아졌다. 그를 모신 사당이 중국 내에 상당히 많은데, 대개 붓이나 두루마리를 들고 앉아 있는 점잖은 신선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문창제군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뭔가 왁자하게 모여 있는 곳을 쿨하게 내려다 보고 있는 가장 왼쪽 인물이 눈에 띈다. 한쪽 눈만 드러낸 오묘한 표정으로 화가 난 것인지 진지하게 보는 것인지 포기한 느낌인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다. 팔로 두꺼비를 안고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두꺼비와 관련된 신선 유해섬(해섬자/하마선인)인 듯하다. 유해섬은 머리를 끌어올리지 않고 이마로 내려 어린아이처럼 다녔다고 하는데, 그만의 헤어스타일을 표현하기 애매해 천으로 이마를 가린 모습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섬자는 두꺼비를 타고 다니면서 어려운 백성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의 지식과 이치에 밝았던 문창제군은 97번이나 다시 태어나면서 학문에 뜻을 가진 이들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김홍도가 두 신선을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어떤 사람들을 위한 그림이었을까. 지금도 재해와 재난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학문으로 고통을 지고 있는 이들이 많으니, 아직은 그의 신선도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