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고성 문암관일출門巖觀日出> 《신묘년풍악도첩》 1711년, 비단에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이 일출 포인트는 지금은 북한 땅인 관동팔경 삼일포 인근 북고봉 앞 너럭바위다. 돌문짝이 높게 서 있어 석문(石門), 또는 문암(門嵓)이라고 불렀고 금강산 관광 코스 중 하나였던 듯하다.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은 금강산을 그린 1711년의 《신묘년풍악도첩》 과 1747년의 《해악전신첩》에 공히 이 문암관의 일출 모습을 포함시켰다.
《신묘년풍악도첩》 중에 포함되어 있는 <고성문암관 일출>(1711)은 멀리 수평선 위로 반쯤 모습을 드러낸 붉은 해가 보이고, 좌하단의 근경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모여 높이 솟은 절벽 너머로 육지의 자락이 이리저리 뻗어나와 있는 바다가 중간을 채우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일출을 감상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보인다.
실제 그곳의 풍경을 살리기 위함이었을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구도가 정선의 평소 치밀함에는 못 미쳐 다소 관람자의 시선을 산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더욱 드문 경험이었을)좋은 날씨에 동해의 일출을 보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 서른 중반의 정선은 그 느낌 그대로를 화폭에 담으려는 욕심이 앞서 평정심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문암관일출> 《해악전신첩》1747년, 비단에 담채, 33.0x25.5cm, 간송미술관
72세에 다시 그린 《해악전신첩》의 <문암관일출>(1747)에서는 다소 정돈된 모습에 문암 또한 그 모양새가 확실히 눈에 띈다. 바다 경치를 방해하던 토파를 생략하고 광활하고도 아늑한 바다의 모습이 강조되어 일출의 광경이 더욱 기세 좋고 시원시원하다. 문암 바로 앞 삼일호의 가운데 떠 있는 독특한 바위는 사자암이며, 법기봉이나 인형석 같은 주변 유명 볼거리도 깨알표현 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