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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부르다 - 김윤겸 <송파환도> 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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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송파환도>, 《선면화집》, 종이에 수묵담채, 23.9x60.6cm 국립중앙박물관


진경산수를 많이 남겨 정선파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김윤겸의 그림에는 그만의 맑고 담백한 기운이 있고 간결한 붓질로 깊이 있는 공간을 담아내는 스킬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부채그림 화첩 《선면화집扇面畵集》에 포함된  진재 김윤겸의 깔끔한 진경 산수 <송파환도松坡喚渡>는 현재 석촌호수 근처인 송파진의 모습을 그려낸다.

송파진은 한강 상류를 타고 올 때 한양 입구 나루터 역할을 했고, 사람들이 도성을 나와 경기도 광주로 갈 때의 길목이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중요한 곳이기에 이곳에 관아도 두고 병사를 주둔시켰다. 그림에서는 우측 둔덕 위에 보이는 건물들이 송파진 관아일 테고, 뒤쪽에 보이는 구릉이 특징적인 산은 개포동의 대모산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구룡산으로 볼 수 있겠다.

많은 붓질을 하지 않고 부드럽고 간결하게 담청을 주로 써서 경치를 담아냈는데, 가로로 긴 부채에 수평으로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강을 건너려는 선비가 이쪽에서 배를 불러 거룻배가 응답해 다가오는 모습을 소박하게 표현했다. 선비의 뒷모습을 그려 관람자의 시점을 한강 이북에서 배를 부르는 쪽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불러왔다. 

오른쪽 아래에 찍힌 주문방인 ‘의춘산인(宜春散人)’은 화가의 것은 아니고 아직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수장자의 것으로 보인다. 이 선면첩에는 이밖에 정선, 조영석, 이인상, 이윤영 등의 선면 작품이 들어 있고 두 가지 종류의 수장인이 있는데 그중 ‘의춘산인’ 도장이 찍혀진 다른 하나의 그림, 8번째 부채 이인상의 <누상관폭도>도 비교 감상해 보자. 


이인상 <누상관폭도>, 《선면화집》, 종이에 먹, 30.0x63.3cm, 국립중앙박물관


김윤겸은 1711년생, 이인상은 1710년생으로 동년배이지만 그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필을 써서 여러 번의 물기어린 붓질로 화면을 채웠다. 수묵만으로 그린 그림인 데다 진경산수의 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관념적 성격이 강한 산수화다. 김윤겸의 그림에서 선비와 뱃사공은 각자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인데, 누각 안에서 폭포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아주 아주 조그맣게 보이지만) 철학적 대화나 인생을 논하고 있을 것만 같다. 

왼쪽의 제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悄蒨之峀 琮琤之泉 초천지수 종쟁지천
烟雲淼瀰 竹樹翳然 연운묘미 죽수예연
有來會心 松壇芽椽 유래회심 송단아연
與析奧義 時發秘編 여석오의 시발비편
或棹孤舟 水天無邊 혹도고주 수천무변 

偶書贈韋菴  우서 증 위암
李子 元靈 이자 원령

풀이 무성한 동굴 졸졸졸 흐르는 샘물
안개구름 널리 퍼져 있고 대나무 숲은 울창한데
만나고 싶은 마음에 소나무와 띠로 만든 집을 찾아 왔네
함께 오묘한 의를 따져보고 때때로 비책도 펴보다
더러 외로운 배를 저으니 물과 하늘이 맞닿은 곳이로다

얼핏 떠오른 것을 써서 위암에게 주다
이 원령 (이인상)

조선 후기 대표적 문인 화가로 꼽히는 이인상은 명문가의 서자인데다 타고난 성질도 불같아서 높은 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적었던 탓에 시서화에 몰두할 수 있었고 각별한 교유관계도 많이 만들었다. 이 선면화집 안에서도 정선 다음으로 이인상의 작품이 많은데, 그가 남긴 그림 중에 부채 그림이 많고 또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넣거나, 스스로 지은 시가 많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벗들에게 애정어린 글과 함께 그림을 그려 선면을 선물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의 선물 대상인 위암 이최중은 이인상보다 다섯 살 어린 친구였고, 이조판서를 지냈으며 성품이 (친구와 마찬가지로) 강직했다고 전해진다. 이최중의 초상화 한 점이 전하고 있어 성품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필자미상 <이최중 초상> 종이에 채색 59.3x47.0cm 국립중앙박물관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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