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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산 웅장한 모습 고전적 준법에 세밀한 필치에 담아 - 이상범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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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악산
필자 : 이상범(1897-1972)
연대 : 1946년
재질과 크기 : 종이에 담채 130x218cm
전시 : 한국화의 두 거장 청전·소정(서울 현대화랑 2019.4.10-6.16)

큰 나무 밑에 있는 작은 나무는 억울할 때가 있다. 혼자 놔두면 얼마든지 크게 자랄 수 있는데 큰 나무 그늘에 들어 있다는 이유 때문에 애초부터 뻗어나갈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산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금강산에 비하면 설악산이 그런 처지다. 금강산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설악산이 아주 용렬하거나 못 생긴 범산(凡山)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설악산에도 웅장한 능선과 근사한 폭포 그리고 하늘 높이 치솟은 험준한 절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소재로 금강산이 100이 그려졌다면 설악산을 그린 그림은 1에도 못 미친다.
이상범에게는 실경 그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야트막한 산 구릉을 배경으로 지게를 지고 삽다리를 건너가는 농부 모습은 어디인가에서 본 듯한 인상이지만 그렇다고 어디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 있는 실제 경치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사정 속에 실경인 설악산을 그린 게 이 그림이다. 이는 해방 직후인 1946년에 그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청전 특유의 짧은 갈필(渴筆) 묘법이 등장하기 이전이다.
그래서 절대준(折帶皴)이라는 고전적 용필법이 주로 쓰였다. 그 위에 먹을 겹치고 작은 점을 세심하게 찍어 입체감을 살렸다. 높이 솟은 소나무는 울창하며 크고 작은 봉우리가 계속 중첩된 모습은 웅장한 산세 그대로이다. 골짜기 사이로 퍼져있는 구름과 산안개는 깊고 그윽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갈필 시대 이전에 꼼꼼하고 섬세한 붓과 먹으로 실경 산수에 도전해 성과를 보인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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