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다산문답(茶山問答)
필자: 미상
연대: 19세기
소장: 김규선
전시: 인사고전문화중심(2019.4.01-4.30)
조선 문화는 아무리 말해도 개방적이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구한말에 쇄국이란 말이 많이 쓰였지만 그 이전부터 쇄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는 남과 다른 문화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성에 관한 것이다. 붉고 노란 채색을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이삼백년 동안 푸른 청화에만 올인한 조선 도자기도 그렇다.
도자기가 생활문화라면 고급의 문인문화에도 독특한 것이 있다. 책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중국 속담에 우리나라 속담을 더해 묶은 『이담속찬(耳談續纂)』이다. 1820년경에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형식은 목판본 그대로 이지만 감쪽같은 필사본이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손으로 베껴 쓴 것이다.
일반적으로 18세기가 들면 조선에도 본격적인 독서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시기의 전후는 있지만 독서 시대가 있었다. 이때 대량의 목판본이 출판돼 그 수요를 충당했다. 그런데 조선에서는 중국과 일본 같은 다종다량의 목판본 출판시대는 오지 않았다. 대신 정교한 손 글씨가 이를 대신했다.
책 소장자가 직접 쓴 것도 있지만 여유 있는 사람은 남에게 필사를 맡겼다. 이를 하청 받은 사람 중에는 우선 출세와 거리가 멀었던 가난한 문인이 있다. 또 이들 외에 문자 속이 있었던 아전 등도 필사를 했다. 출판가 발달하면 사치를 다한 고급 출판문이 나오는 것처럼 필사가 성행한 끝에는 이렇게 목판본으로 속아넘어갈 정도의 필사본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제5회 화봉학술문화상을 받은 김규선 교수(선문대)가 모은 자료 중 하나로 수상기념전을 통해 소개중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