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등고상화(登高賞花)
화가/ 임득명(林得明 1767-1822)
연대/ 1786년
크기/ 24.2x18.9cm
재료/ 종이에 담채
소장/ 삼성출판박물관
교양에 학식이 있다는 남자들이 거짓말을 한다. 여자도 거짓말을 한다. 늙은 사람처럼 젊은 사람도 거짓말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는 요즘이다.
어째서인가. 멀리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 할 게 없다는 말은 이들에게 가혹할 것이다.
어째서인가. 멀리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 할 게 없다는 말은 이들에게 가혹할 것이다.
그렇다면 높은 데 올라가 꽃을 보면서 혼탁해진 마음을 씻어보는 일은 어떤가.
조선후기는 도학자뿐만 아니라 교양이 있는 하는 중인들도 자연을 가까이해 그 운행 이치에 따라 성정(性情)을 가다듬고자 했다.
물론 풍류를 즐기는 마음도 있었다. 풍류란 원래 구질구질 욕심과는 분명히 한 획을 긋는 데서 생겨난다.
조선후기는 도학자뿐만 아니라 교양이 있는 하는 중인들도 자연을 가까이해 그 운행 이치에 따라 성정(性情)을 가다듬고자 했다.
물론 풍류를 즐기는 마음도 있었다. 풍류란 원래 구질구질 욕심과는 분명히 한 획을 긋는 데서 생겨난다.
인왕산 아래의 옥계시사(玉溪詩社)는 자연을 벗해 성정을 기르고 풍류를 즐기고자 한 중인들이 만든 대표적인 시 모임이다.
이들은 날짜를 정해 모여서 시를 읊는 외에 달마다 자연과 벗하는 모임도 열었다.
겨울에는 매화나무 아래서 술동이 여는 모임을 가졌고 가을에는 국화 감상이 있었다.
그리고 봄에는 높은 데 올라가 동네를 감싸 아름답고 화사하게 핀 꽃을 즐겼다. 이른바 등고상화(登高賞花)다.
이 모임에는 가끔씩 화가도 초청됐는데 규장각에서 하급 실무행정을 맡았던 서리면서 여기(餘技)로 그림도 그렸던 임득명(林得明 1767-1822)도 그러했다.
<등고상화>는 그가 옥계시사의 이 모임에 따라가 남긴 그림 중 하나다.
그림에는 높은 곳에 예닐곱의 시객(詩客)들이 앉거니 서거니 하면서 발밑에 펼쳐진 옥인동 일대 봄꽃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새싹이 푸릇푸릇한 가운데 연분홍 꽃이 만발해 있다.
‘곱다’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데 아마도 이들 중에는 돌아서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