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궁의(出宮儀, 왕세자 입학도첩(王世子入學圖帖)의 첫 면)
화가: 작자미상
연대: 1817년
크기: 36.5x50.6cm
재료: 종이에 채색
소장: 경남대학교 데라우치문고
황사 가운데에도 봄바람이 따스하다. 푸른 새싹도 머지않았는데 자연이 소생하는 봄의 또 다른 풍물시는 단연 입학식이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초등학교 입학식. 천방지축 꼬맹이들이자 미래의 주인공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현장이다.
조선 시대에도 새 봄이 되면 공부가 시작됐다. 왕실은 봄날의 좋은 하루를 잡아 세자를 성균관에 입학시켰다. 세자의 성균관 입학은 세종 때부터 제도화됐다.
때는 1817년3월11일. 순조는 큰아들 효명세자(1809-1830)가 8살이 됐다. 아버지 순조는 성대한 행사와 함께 세자의 성균관 입학을 축하하면서 학업에 정진할 것을 기대했다. 이때 세자의 공부를 책임진 세자시강원의 관리들은 이 성대한 행사를 주관하고 참여한 것을 기록을 남겨 자손들에게 기억되고자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왕세자입학도첩≫이다. 6면으로 된 화첩의 첫 페이지가 <출궁도>이다. 세자가 입학식을 위해 정식으로 궁을 나서는 장면이다. 이날 아침 효명세자는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가마를 타고 성균관으로 향했다. 기록에는 머리를 두 갈레로 땋았지만 공정책(空頂幘)을 쓰고 곤룡포(袞龍袍)을 입었다고 전한다. 공정책은 관례를 올리기 이전의 왕세자나 왕세손이 쓰는 모자를 말한다.
그림 속 왕세자는 보이지 않고 막 홍화문을 나서는 가마만 그려져 있다. 가마 앞쪽에는 정정 차림의 의장대가 성대하게 길을 이끈다. 창덕궁 담장 안쪽의 나무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벌써 돋았고 연분홍 복사꽃도 꽃을 틔웠다. 양력으로 치면 4월도 벌써 들어선 날이다. 조선시대 입학식은 꽃샘추위 따위와는 상관없는 화창하고 따사로운 봄날에 열렸던 것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