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마도강도(騎馬渡江圖)
화가: 전 이제현(李齊賢 1287-1367)
크기: 28.7x38.5cm
재료: 비단에 채색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展(2018.12.04.-2019.03.03)
어느 강변인가. 앙상한 나무 가지위에는 눈이 소복하다. 뒤쪽으로 보이는 강 언덕도 흰 눈이 덮인 듯 흐릿한 배경에 언덕만 희게 남겼다.
그 계곡 사이로 흰 말과 검은 말에 각각 올라타 강을 건너는 인물이 보인다. 강 한 복판에서 뒤를 돌아보는 이들의 시선은 오른쪽 기슭의 일행 세 명에 향해 있다. 선발대가 꽁꽁 얼어붙은 강은 안심하고 건너도 된다는 신호라도 보내는 것일까.
고려하면 고려불화가 떠오르지만 이 산수인물도 역시 당당한 고려그림이다. 그린 사람은 고려 말을 대표하는 문인 이제현으로 전한다. 그는 연경에 만권당을 세웠던 충선왕이 발탁한 인재이다. 만권당에서 그는 조맹부, 요수, 염복 같은 쟁쟁한 중국 문인들과 교유했다.
말이 등장하는 이 그림에 대해서 말 그림을 잘 그린 문인화가 조맹부의 영향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제현과 충선왕과의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면 그림이 남달라 보이기도 한다.
충선왕은 개혁정치가 좌절된 뒤 왕위를 물려주고 원에 들어가 살았다. 그러다 모함을 받아 멀리 감숙의 타사마(朶思麻)로 유배 보내졌다. 타사마는 지금 청해성 장족자치구 언저리에 해당한다.
이제현은 1323년에 그 험한 곳을 찾아가 왕을 위로했다. 인적이 보이지 않는 강산, 얼어붙은 계곡, 스산한 바람 속에 서있는 단출한 일행 등. 어딘가, 옛 군주를 방문하기 위해 험준한 오지를 마다하지 않은 이제현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되는 그림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