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학, 사슴, 오리, 기러기
화가 : 팔대산인 주탑(八大山人 周耷 1713-1791)
크기 : 각 140x40cm
소재 : 종이에 수묵
전시 : 치바이스(齊白石)와의 대화(예술의전당서예박물관 2019년2월17일)
절로 ‘앗!’하는 소리가 나는 그림이다. 본명 보다 팔대산인이란 호로 유명한 명말청초 승려화가 주탑의 그림이다. 그는 나라 요시모토(奈良美智)의 성낸 꼬마 여자아이처럼 눈을 치켜든 팔가조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그렇긴 해도 한국에 실물이 소개된 것은 20여년 전 뿐이다. 이번 치바이스 전에 치바이스가 사숙한 대가(大家)로서 그의 그림 여러 점이 소개중이다.
학, 사슴, 오리, 기러기를 그린 대폭의 수묵 화조영모도도 그중 하나다. 이 그림 앞에 서면 누구나 ‘뭐야, 민화 아니야’하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민화에서 보던 조선 사슴, 조선 학과 방불한 모습들이 그림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팔대산인의 그림 정신은 닮게 그리는 데 있지 않다. 필획 수를 줄여 눈앞에 보이는 물체 건너편의 추상적 실체를 그리고자 했다.
조선말기의 민화 화가들에까지 팔대산인이 소개됐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서 곧장 민화가 연상되는 것은 교(巧)가 대교(大巧)이 단계를 넘으면 다시 졸(拙)해진다는 동양화 그림정신이 각각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