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종이에 수묵담채 66.3x42.9cm 개인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몰아치는지 한가운데 커다란 가지의 나무 전체가 휘어진 모습의 그림입니다.
그 아래로 나그네가 동자를 데리고 산길을 걸어가는데, 어설픈 초가집 앞을 지키는 검은 개 한 마리가 나그네를 보며 컹컹 짖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직업화가 최북(崔北 1712-1760)이 그린 것으로, 상단에 있는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이라는 화제를 보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쉽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풍설야귀인’은 당나라 때의 문인 유장경(劉長卿, 726-786?)의 시 『逢雪宿芙蓉山主人』에 나오는 싯귀입니다.
日暮蒼山遠,天寒白屋貧。
柴門聞犬吠,風雪夜歸人
해 저물어 푸른 산 멀리 보이는데
날은 춥고 초가집은 궁색하네
시립문에 개짖는 소리 들리는데
눈보라 몰아치는 밤에 돌아가는 나그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산속 허름한 집 안에 있는 화자(話者)가 문밖의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이 험한 날씨에 집에 돌아가고 있구나 알아채는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한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인데, 눈과 바람이 주연인데도 둘다 직접 표현되지는 않았습니다.
험난하고 고독한 길을 이겨내며 멀리 가야만 하는 인생. 그 시의 의미을 공감하면서 그림을 볼 수 있기 위해 화제는 필수적인 가이드가 됐습니다.
그림을 그린 최북은 사의적인 남종화풍의 산수화나 초충도, 메추라기 그림 등 다양한 그림을 남겼고, 여항 출신으로 당시 권력층과 거리가 멀었던 소론계 남인 학자문인들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술버릇이 심하다거나 기행을 일삼았다는 일화가 호산외사 등에 남아 있는데, 이 <풍설야귀인도>는 그의 그림 중에서 파격적이고 분방했던 화가의 기질을 확연히 보여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