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나 모란, 국화만큼은 아니지만 패랭이꽃도 종종 도자의 문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백자 중에 겉면에 청화와 진사로 패랭이꽃을 그린 작은 필통이 있습니다. 이 백자는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 "조선청화靑畫, 푸른빛에 물들다"에서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백자 청화진사 패랭이꽃무늬 필통 19세기 전반, 높이 13.5cm.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괴석과 함께 패랭이꽃이 있는 뒤쪽 면에는 난과의 풀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풀과 괴석은 청화로, 꽃은 진사로 그려 산뜻한 느낌도 주고, 안정감 있는 배치를 보입니다.
백자 자체도 밝은 청백색인데, 진사로 그린 꽃이 약간 번지면서 분위기 있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같은 미술관 소장의 청화 백자 항아리에도 패랭이꽃 그림이 있는데, 잎이 난처럼 길게 그려져 있고 꽃잎을 진한 청화로 표현했습니다. 이 도자 항아리는 3면에 각기 다른 꽃이 난초 잎과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백자 청화 초화문 항아리, 18세기 전반, 높이 29.4cm,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청화백자 합에서도 더 정교하게 그려진 패랭이꽃을 볼 수 있습니다.
백자 청화 괴석화문 합. 19세기. 높이 15cm. 국립중앙박물관
패랭이꽃은 어떤 의미로 백자에 그려졌을까요? 석죽화라고도 불리는 패랭이꽃, 즉 돌 사이에서 자라는 대나무같이 빈 줄기를 가진 식물인 패랭이꽃을 그리면서 대나무와 괴석을 그리는 석죽도의 조금더 화려한 variation 버전으로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