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암 강세황, 〈영대빙희瀛臺氷戱〉,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 1784, 종이에 먹, 23.3×54.8cm , 국립중앙박물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조선시대에 그려진 빙상스포츠 그림을 오늘의 감상 그림으로 올려봅니다.
표암 강세황은 1784년, 자신의 나이 72세 때에 청나라 건륭황제를 방문하는 사신 일행을 따라 평생 소망하던 바대로 중국에 가게 됩니다.
동지를 즈음해서 가는 동지사행이었으니, 춥고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건륭제는 이때 북경 영대瀛臺의 호수에서 '빙희연'을 열었습니다. 군인들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활쏘기 하는 무예를 보여주는 연희가 빙희연인데, 아마도 사행단은 이것을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풍경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한반도에 스케이트가 들어온 것은 19세기 이후라고 하니까요.
전체 그림을 보면 북해의 백탑, 중해의 수운사 정자, 남해 영대를 이어서 그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해, 중해, 남해는 바다 이름이 아니라 북경성 내의 물길 이름입니다.
강세황의 그림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정조실록에 세 명의 외교관이 사행을 다녀와 정조에게 보고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팔기(八旗)의 병정들로 하여금 각 방위에 해당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신발 밑바닥에는 목편(木片)과 철인(鐵刃)을 부착하고, 화살을 잡고 얼음에 꿇어앉아서 홍심을 쏘게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말 타고 달리면서 꼴로 만든 표적을 쏘는 것과 같았습니다.”(정조실록, 정조9년(1785) 2월14일.)
그로부터 약 40년 후인 1823년 12월 23일의 사행 기록에도 여전히 영대에서 행해진 빙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니, 강한 인상의 구경거리였음에는 틀림없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