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득명 <설리대자> 24.2x18.9cm, 1786, 삼성출판박물관
화제에 써 있는 설리대자(적)雪裏對炙 네 글자로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눈(雪) 속에서 고기를 구워(炙) 먹는 것입니다.
'설리대자'는 운치를 위해 행하는 계절행사 중에 음력 시월, 양력으로는 12월 무렵의 행사라고 합니다. 전통 음식의 기록을 보면 설리자(雪裏炙)라 해서 소의 갈비나 염통을 기름에 양념하여 굽다가 반쯤 익으면 냉수에 담갔다가 다시 센불에 굽는 술안주가 있는데, 원래는 냉수 대신 눈(雪)으로 식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겠지요. 익히면서 육질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혹 눈 쌓인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워드시게 되면, 옛 사람들의 겨울행사인 설리대자를 흉내내어 보시면 어떨까요. 북극 한파가 몰아쳐서 그냥 바깥 바람만 잠시 쐬어주어도 고기가 금세 식을 것 같네요.
관지에서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의 호 송월헌(松月軒)을 볼 수 있습니다. 송월헌 임득명(林得明, 1767 ~ 1822?)은 송석원시사(옥계시사) 구성원으로 중인 출신으로 생각되지만 자세한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산수화와 전서에 뛰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