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崔北) <답설방우踏雪訪友> 지본담채, 31.5x25.5cm, 간송미술관
최북은 '붓으로 먹고 산다'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을 호로 삼고 직업 화가가 되어 서울, 평양,동래, 만주를 떠돌며 그림을 그려 먹고 살았습니다. 30대에 이미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가 그림을 그린 기록도 있습니다.
눈이 수북히 쌓인 시골, 은거하고 있는 친구를 방문하는 장면입니다. 하단에 있는 인물들 다섯 명보다는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운 눈 덮인 산이 이 그림의 주인공인 듯합니다. <답설방우>의 주제 자체는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필법과 상관없이 어딘가 황량하고 거친 기운이 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했던 반항적 행동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북의 그림 중에는 좋은 설경이 많습니다. 그가 술에 취해 돌아오다 쓰러져 얼어죽었다고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그의 설경을 더 거칠고 춥고 시리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