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신, <행정추상杏亭秋賞>, 19세기초, 종이에 수묵담채, 30x35.5cm, 개인
석당 이유신(石塘 李維新, 18세기 중반-19세기 전반)은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여항문인이자 화가입니다. 여러 기록을 통해 신위(申緯)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재관(李在寬)이 그의 조카라는 설도 있습니다.
남아있는 그림들이 산수, 영모, 인물 등 다양한데, 중국 화보를 따라 그린 면과 당시 조선의 화가들을 따라 그린 면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 <행정추상杏亭秋賞>은 특정 저택에서 사랑채, 모정, 연지에서의 아회를 춘하추동 계절별로 그린 그림 네 폭 중 하나로 명백히 가을 장면입니다. 인물들은 전형적인 중국 고전 인물의 머리와 의복을 하고 있고, 얼굴은 별다른 표정없이 점으로 간략히 나타내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원의 나뭇잎에 노랑에서 초록, 노랑에서 빨강의 다양한 그라데이션으로 가을 단풍을 나타내고 한켠의 국화에도 개나리색을, 저 너머 산에도 타는 듯 붉은 단풍을 과감하게 찍어 표현했습니다. 섬세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필치에 과감한 색을 써서 밋밋했던 그림이 다소 생동감 있게 되었습니다.
화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一間城下屋 寒菊耐秋風
采采霜楓葉 染來兩頰紅
성 아래 한 칸 집에 국화가 가을바람을 견디고,
알록달록 단풍잎이 두 뺨을 붉게 물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