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이력>
제목/ V-Idea a Priori(부분)
크기/ 63x90cm
소재/ 판화
제작년도/1984
소개/ 2016년2월 현대화랑 백남준10주기 추모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생전에 판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본업이 비디오아트였지만 시간과 함께 빠직빠직 움직이는 화면은 무언가의 틀이 없으면 보여줄 수 없습니다. TV는 일종의 틀입니다. 그러나 종래의 관점에서 보면 비디오아트는 생소하기 마련입니다. 판화는 그래서 서비스로 생각해낸 매체일지 모릅니다.
그는 초기에 비디오 화면을 대개 상자형 TV속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마냥 껍데기만 보여주기 뭐해서였는지 TV상자 옆에 이런 저런 말을 써 넣었습니다. 『존 케이지 TV』라는 작품을 보면 ‘운명적 상봉’ ‘건곤(乾坤)’ ‘계시’ ‘미제(未濟)’ 같은 말이 있습니다.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쓴 것을 보면 반쯤은 낙서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판화 쪽에는 이 낙서를 본격적으로 작업화한 것이 있습니다. 그림에는 TV가 반복해서 그려져 있습니다. 마구 지은 흔적도 보여 영락없는 낙서입니다. 거기에는 오선지에 악보가 보이는가 하면 피아노 건반도 있습니다. 또 아이 얼굴, 여인 모습, 물고기, 비행기, 배도 보입니다. 군데군데 글도 적혀 있습니다. 다빈치의 거울 문자처럼 뒤집어진 글자인데 개중에는 ‘예술이란 다 그런 거지’하는 것처럼 놀랍게도 욕설처럼 읽히는 글자가 있습니다. 그림이란 아무쪼록 자세히 오래 살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