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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색 좀벌레가 '신선'자를 파먹고 살듯 <백매도白梅圖>
  • 3793      

조희룡(1789-1866)
<백매도白梅圖>,《편우령환첩<片羽零紈帖>》
지본수묵
16.6x21.7cm
서울대학교박물관

화사하여 정신을 쏙 빼놓는 매화가 간절히 기다려지는 겨울 끝자락입니다.
매화를 잘 그렸던 조희룡의 그림 중에 작고 아름다운 이 <백매도>는 <홍매도>와 한 쌍으로 《편우령환첩》이라는 화첩 속에 들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매도>




흰 매화 아래에는 매화와 글과 도인같은 삶을 사랑했던 조희룡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화제가 씌어 있습니다.

安得墨君子孫族屬 起別館於白雲深處
種楳三十萬樹 藏書如楳數 
逍遙其中 如五色蠹之食神仙字
道人竝題
어찌하면 묵군자(墨君子)의 자손이나 족속들을 데리고 백운 자욱한 곳에 별관을 지어 
삼십만 그루 매화나무를 심고 매화나무 수만큼 책을 구비한 채 마치 오색 좀이
 ‘신선(神仙)’자(字)를 파먹고 살 듯 그 속에서 지낼 수 있을까?
도인이 제(題)를 함께 쓰다. 

조선 홍경모(洪敬謨, 1774~1851)의 시문집 관암전서(冠巖全書) 중에 日向萬卷中作五色蠧魚, 三食神仙字..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책속 좀벌레가 "신선"이라는 글자를 파먹는다는 내용인데, 경전 중의 신선이라는 글자를 파먹듯 책벌레가 되면 신선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속설은 널리 퍼져있었 던 듯합니다. 
청나라 장지총(張志聰)이 편찬한 약학서인 『본초숭원(本草崇原,1767)』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좀벌레(衣魚)가 도교 경전에 쓰여진 '신선'이라는 글자를 먹으면 몸이 오색으로 변하고 사람이 그 오색 좀벌레를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해 내려왔던 것은, 사전 종이를 태워 갈아마시면 영어 단어가 통째로 암기되리라 믿었던 것과 같은 마음인지, 복잡한 세상일은 뒤로 하고 책벌레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홍매도>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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